홍상수-김민희 "법 저촉되지 않으면 존중받아야" 간통죄 폐지 후 첫 사례

입력 2017-03-14 14:57
수정 2017-03-14 16:10


간통죄가 폐지된 후 '불륜'이라 불리는 공인 커플이 공식석상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고백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1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 커플링 반지를 끼고 등장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유명인이나 공인이 이런 관계를 인정한 것이 드문 일이다 보니 이날 취재열기는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돼 김민희에게 한국 배우 사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홍 감독은 불륜 보도 때문에 생활하는 데 불편해 언론 앞에 서기까지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와 의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동의할 수 없어도 구체적으로 저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싫더라도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남들한테 똑같이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희 또한 "우리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놓인 상황, 다가올 상황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불륜설이 처음 알려진 뒤 9개월 만에 국내 공식석상에서 열애 사실을 밝힌 것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서로의 사랑을 백 번 고백한다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유는 '간통제 폐지' 덕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함으로써 공정함과 준엄한 법의 논리를 바로 세운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사랑이 '무죄'라는 취지의 '간통제 폐지' 판결문을 2015년 2월 공표했다.



"혼인의 순결이나 정조 의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고 양성 평등도 이뤄졌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그동안 네 번의 ‘합헌’ 결정이 있었지만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당시 헌재 소장이 이끌던 5기 재판부는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며 간통 처벌법을 폐기했다.

알려진대로 홍상수 감독은 아직 이혼 전이다. 김민희와의 불륜설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아내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 조정 신청을 했지만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들려오는 보도에 의하면 아내는 홍상수 감독과의 이혼을 바라지 않는 상태라 이혼 여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될 것이라 한다.

홍상수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부분은 저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고, 그냥 영화 만들었으니까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난 이제 남자 외모 안봐. 별거 아니더라구. 잘생긴 남자들은 다 얼굴값 해. 나 진짜 많이 놀았어. 언니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영희)
"둘이 진짜 좋아하는 것 같은데 가만히 놔두지 왜 그러는 거야. 자기들은 잔인한 짓 하면서." (천희)
"할 일이 없으니까. 얼마나 재밌겠어요. 불륜인데" (준희)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현실은 바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스포였다. 영화 속 대사는 마치 불륜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반박하는 것과 같다는 평이다.

외신들은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 담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품"이라며 "김민희의 연기가 더해져 홍상수 최고의 작품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에 반해 국내 여론은 아직 싸늘하다.

네티즌들은 사법적인 책임이 아닌 윤리적인 책임을 물으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평점 테러를 가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의 사생활이 아닌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 사진 최혁 기자 / 동영상 문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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