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강점가진 소형차, 국제유가 내리며 인기 시들
[ 이태훈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국내에서는 농민들이, 미국에서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론 게틀핑거 미국자동차노동조합 회장은 2008년 상원 청문회에 나와 “한국차 수입이 급증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FTA 반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러스트벨트(미 북부와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그가 대선 기간 한·미 FTA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곳도 오하이오주 등 주로 러스트벨트 지역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 덕을 많이 본 곳은 한국 자동차업계보다는 미국 자동차업계였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88%로 급등했고, 2015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29.8%, 37.3%로 높은 증가율을 지속했다.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은 여기에 못 미쳤다. FTA 발효 첫해인 2012년에 21.1%였고, 2015년에는 19.3%였다. 작년에는 10.5% 감소했다.
한국산 승용차의 미국 수출 시 관세율은 2015년까지 2.5%였고 지난해 처음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관세가 없어졌는데도 오히려 수출이 줄어들었다. FTA 발효 전 8%였던 미국산 승용차 수입 시 관세율은 2012~2015년 4%로 낮아졌고, 지난해 0%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낮아지며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차의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수요는 많아졌다”며 “한국 회사들은 소형차에, 미국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SUV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포드의 익스플로러 2.3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8위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미국 브랜드 차가 10위권에 오른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FTA로 미국 자동차업계가 피해를 봤다는 건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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