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에 갇혔던 도심 상권, 이젠 나아지겠죠"

입력 2017-03-13 17:56
탄핵 후 주말 집회 일단락

'직격탄' 맞은 광화문 상권 상당수 상점 주말장사 접어
빈 곳 없던 상가 '공실률 4.3%'

시청 인근 호텔도 손님 '뚝'
시민들 "이제 모두 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 성수영 / 김형규 기자 ] “탄핵심판을 둘러싼 대치 국면에선 손님도 없고 교통도 마비되고, 정말 갑갑했어요. 이젠 괜찮아지겠죠?”

주말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법인택시 기사 김현상 씨(66)에게 매주 토요일은 ‘공치는 날’이었다. 오후 4시부터 일요일 새벽 4시까지 일하는 날엔 한숨부터 나왔다. 그는 “주말엔 회사에 줘야 하는 사납금(14만원 안팎)의 절반도 못 채우는 날이 많았다”며 “시청 광화문 쪽이 아예 봉쇄돼 강남, 홍대 등 주요 상권엔 손님은 없고 택시만 넘쳐났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벌어진 대규모 집회로 생업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탄핵심판 선고가 끝나자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화문 일대 공실률 치솟아

1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 도심 상권은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직격탄을 맞았다. 청와대 방면 행진이 허용되면서 서촌 일대에 있는 상점들이 일부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대상은 편의점이나 일부 식당에만 국한됐다.

상당수는 높은 경찰 차벽에 둘러싸여 주말 장사를 접어야 했다. 경복궁역 인근의 한 옷가게 주인은 “주말이면 차벽 때문에 길거리에서 행인을 보기가 힘들었다”며 “탄핵 정국이 더 이어졌다면 문을 닫을 뻔했다”고 털어놨다. 을지로1가에서 음식점을 하는 조원경 씨(52)는 “집회가 있는 날엔 매출이 평소의 20%도 되지 않는다”며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값싼 음식으로 빨리 끼니를 때우고 싶어한다”고 했다.

문을 닫은 업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15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0%였다가 지난해 4분기 4.3%로 뛰었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집회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영업 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며 “5개월 가까이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 버틸 수 있는 자영업자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청 인근 호텔은 “산 넘어 산”

시청 인근 상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시청 주변 고급호텔에는 손님이 뚝 끊겼다. 촛불집회 초기엔 ‘관광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일부러 시위 현장을 찾는 손님도 있었지만 촛불에 이어 태극기집회까지 대한문 인근에서 매주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청 근처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집회 소음 때문에 방 예약이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며 “호텔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집회 주최 측에 공개적으로 항의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에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집회가 열린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이제 모두 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청 인근 커피숍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하루빨리 집회가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동찬 씨(20)는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편의점 주변에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제 모두 그만했으면 한다”고 했다.

성수영/김형규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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