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이후] "선거로 바로잡자" "일상으로 돌아갈 때"…냉정 찾아가는 광장

입력 2017-03-12 20:32
탄핵 찬반단체, 주말 폭력사태 없이 차분한 집회

집회 인원·열기 줄어

"탄핵결과 바꿀 수 없지만…" 태극기 집회, 울분 속 자제
촛불은 곳곳 축제 분위기…"공식적 집회 끝났다" 선언
신당 창당 vs 촛불혁명 계속…양측 "다음은 대선" 목소리도


[ 김동현/구은서/성수영 기자 ]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열린 첫 주말 광장집회는 한층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10일 탄핵 직후 세 명의 사망자를 낸 과격 시위도 사라졌다. 태극기집회에선 “탄핵 무효” 목소리가 컸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공식적인 집회는 끝났다”고 선언한 뒤 “대선 국면에서 편파적 개입이 발생하면 다시 촛불을 들겠다”고 했다. 앞으로 광장집회는 사전 선거운동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 등록 전이라도 탄핵이 결정된 날부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집회’는 금지된다”고 말했다

차분해진 태극기집회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 “탄핵 무효”를 외쳤다. 탄핵 당일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아 있었다. 귓전을 따갑게 때리던 주최 측 확성기와 스피커 숫자도 확연히 줄었다. 태극기 물결로 가득찼던 광장의 밀도도 눈에 띄게 성기게 보였다.


단상에선 “탄핵 선고 불복” “재심판”이란 구호가 연신 흘러나왔다. ‘탄기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에서 ‘저항본부’(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로 이름을 바꾼 주최 측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을 새로 지명해 다시 심판하라”라는 성명을 냈다. 상당수 참가자는 헌재 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근조(謹弔)라고 쓰인 검은 리본을 달았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60대 여성은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자리를 떴다.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되면서 참가 인원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도 ‘열정’에서 ‘냉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매주 태극기집회에 나왔다는 김모씨는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안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막노동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그는 “통일벼 덕분에 삼시세끼 쌀밥을 먹게 해 준 게 누구냐. 촛불 들고 서 있는 저 아이들이 그 시절의 고통을 이해나 해 줄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없었다. 선고 당일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세 명이 과격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점을 의식한 듯 저항본부 측은 “폭력을 자제해 달라”며 방송으로 수차례 당부했다. 저항본부 측은 오는 18일 다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 차기 대선을 위해 보수의 뜻을 반영하는 신당 창당 뜻도 내비쳤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12일 “숨진 세 명 중 한 명은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두 명은 동맥경화 등 심장 문제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안국역사거리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버스를 탈취해 경찰 차벽을 들이받으면서 소음관리차량 스피커가 떨어졌다. 이 사고로 시위 참가자 김모씨(72)가 스피커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사망자 세 명 외에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한 명도 위중한 상태다.

촛불 “이제 본업으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지난 19차 집회 때보다 참가자가 줄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탄핵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곳곳에 놓였다. 일부는 ‘탄핵 축하 전’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조모씨(57)는 “헌재의 탄핵 결정은 7~8할이 촛불의 힘”이라며 “이젠 본업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41)는 “광우병 사태나 세월호 참사 때도 촛불시위가 있었지만 승리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퇴진행동은 재벌체제, 정치·선거제도 등을 개혁하자는 내용이 담긴 ‘촛불 권리선언’을 발표했다. 퇴진행동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촛불집회를 마무리하고 이달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다음달 15일 다시 모이기로 했다.

김동현/구은서/성수영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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