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융합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그려낸 기적…삼성·LG가 받던 '디자인계 오스카상' 수상

입력 2017-03-12 18:25
2017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받아
독일 BMW에서 지난 10일 시상식
건양대 '창의 융합' 실험 다시 주목


[ 박동휘 기자 ]
송재승 융합디자인학과장(맨 오른쪽)과 황보형호 교수(맨 왼쪽)가 이끄는 건양대(충남 논산) 디자인 프로젝트팀이 ‘2017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골드(금상)’를 받았다. 6000여개 작품이 출품되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거둔 쾌거로 금상은 출품작 중 약 6%만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조차 올해 49개의 상을 받았지만 금상은 1개뿐이다.

금상에 뽑힌 디자인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도우미 안경(Assistant Glasses·사진)’이란 제품이다. 안경테 좌우에 소리에 반응하는 투명한 LED 장치를 설치해 빛의 세기, 색깔, 점등 형태 등을 통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배주현, 김예진, 김정민, 이연재(이상 4학년·왼쪽 두 번째부터) 학생이 송 교수와 함께 ‘인간공학과 디자인’ 수업에서 3학년 때 만든 ‘처녀작’이다. 융합디자인학과도 2014년에 첫 신입생을 받은 신생 학과다.

송 학과장은 “학과를 만들 때부터 글로벌 공모전에서 성과를 내자고 계획을 세웠다”며 “디자인이라고 하면 국내에선 조형과 컬러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최근 해외 디자인 선진국들은 의식주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디자인 기획을 좀 더 중시하는 추세”라고 12일 수상소감을 밝혔다. 황보 교수는 “기획부터 모든 진행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했다”며 “학생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낸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수의 국내 디자인학과들도 못한 일을 해낸 터라 학생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민 학생은 “‘골드’라고 쓰인 공문을 메일로 받았을 때 영어를 잘못 읽은 줄 알았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배주현 학생은 “기획부터 제품 양산 계획까지 준비하면서 수없이 많은 밤을 새웠다”며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으로 건양대의 창의융합 ‘실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건양대는 삼성그룹 임원 출신을 영입해 2012년 창의융합대학을 만들었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을 없애고, ‘모듈’이라고 부르는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 발표식으로 한다. 디자인 전공자라도 인문학을 필수로 듣도록 하는 등 융합교육도 건양대 교육개혁의 특징이다.

건양대는 금상 외에도 시각장애인용 점자를 새긴 시계 형태의 내비게이터로 본상 1개도 받았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64년 역사의 가장 오래된 공모전이다.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린다. 시상식은 지난 10일 독일 BMW 본사에서 열렸다. 올해는 총 59개국에서 5575개 작품이 출품됐다. 이 중 금상은 75개 작품에 수여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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