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목을 멈추고 기업인 사기부터 높여야

입력 2017-03-12 17:40
"산업경쟁력 강화 주체는 기업인
재정지출 유지해 내수불씨 살리고
친기업 사회기반 튼튼히 다져야"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


한국 경제의 외우내환이 너무나 깊다. 대외적으로는 통상환경 악화가 큰 걱정이다. 한국의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심리 위축이 심각하다. 대통령 탄핵결정과 대선일정 등으로 정치사회 갈등과 불확실성이 절정에 달하고 있는 까닭이다. 수출부진과 투자 및 소비절벽 우려가 현실화하면 올해 성장률은 2%대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지금의 경제 환란기를 이겨내려면 경제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지 말아야 하며 기업들의 사기를 올려야 하고 통합의 정치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공백으로 경제정책 추진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경제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책추진의 약화나 중단사태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는 현재 극심한 내수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계획한 재정지출이 끊어지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내수활력은 단번에 사라지고 만다. 산업구조조정과 지역에 대한 고용지원책들도 차질없이 실행해야 하다. 치유시기가 늦어져 병이 깊어지면 치료비와 수고는 배가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통상교섭도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상대국들이 한국 입장을 배제하고 자국 이익만 극대화하는 대한(對韓) 외교통상 전략을 수립하면 앞으로 막대한 추가 교섭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민생안정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경제정책은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다음 정부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자본주의경제에서 경제활력을 높이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주체는 기업인들이다. 창업과 투자를 해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기업의 몫이다. 대형 정치사건이 불거지면서 기업인 사기가 최악이다. 경영성과를 높인 기업인들에게 부여하는 여러 상들도 선뜻 나서 수상하길 꺼려할 정도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 재화를 생산하고 경제적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공부문에 있던 분이 기업 업무에 참여한 뒤 얼마 안 돼 토로한 말이 늘 기억에 새롭다. 그동안에는 기업을 단지 위법과 감시의 대상으로만 보았는데 기업에 와보니 사업경영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기업인 잘못을 질타하는 것 못지않게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공로를 존중하고 치하해야 한다.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경영여건도 갖춰야 한다. 기업인들 사기가 드높아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거대 투자와 신시장 개척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기업활동을 중시하는 친(親)기업 사회가 돼야 유능한 청년들이 기업가로 나서 한국 경제 도약도 선도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국가역량을 결집할 때 비로소 기대할 수 있다. 한 나라 경제는 국가의 물적·인적자원을 모두 모을 때 빠르게 성장하지만 정치사회 혼란에 휩싸여 국력이 분산되면 한순간에 모든 과실을 잃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동안 경제성장을 하다가 극심한 정치사회 갈등에 휘말려 단번에 빈곤국가로 몰락한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들이다.

정치·사회 안정은 각계각층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국내 사회는 이념 간, 계층 간, 세대 간 불신과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해 있다. 탄핵사건이 전부 아니면 전무의 이념대립을 반복하면서 정쟁과 증오를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모두가 자성의 마음으로 더 이상 국가적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로 믿고 화합할 수 있는 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며 국가역량을 한데 모으는 융화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인들의 활약이 절실한 때다.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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