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일본 본토보다 더 가까운 섬 대마도의 자연에 빠지다

입력 2017-03-12 15:23

부산에서 1시간.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에 더 가까운 대마도는 담백한 섬이다. 대마도를 걷다 보면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숲과 바다, 아기자기한 마을, 소박한 사람들이 자아내는 담백한 매력에 마음이 정화된다. 가족과 함께 부산 여행을 가는 김에 대마도 여행도 함께하는 건 어떨까. 따스한 봄을 맞아 대마도로 떠나보자.

대마도의 절경 에보시다케 전망대

대마도 최고 절경은 무엇보다 대마도 남서쪽 아소만에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다. 까마귀가 모자를 쓴 형상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에보시타케는 아소만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대마도 유일의 전망대다.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연상케 하는 리아스식 해안과 완만한 경사의 섬들이 무리를 이룬 모습이 가히 절경이다. 일출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황금빛으로 물든 섬들이 교향곡을 연주하듯 황홀한 풍경을 그린다.

일본은 신도의 나라답게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신사를 볼 수 있다. 숲과 나무로 우거진 청정지역 대마도에 신사가 여럿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 에보시다케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와타즈미 신사는 대마도 대표 신사로 손꼽힌다. 이곳은 뱃길 안전을 기원하는 해신 도요타마 히매와 그 아들을 모시고 있는 해궁이다. 와타즈미 신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것은 신사문이다. 바다 속에 세워져 만조 시에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려 신비롭다. 와타즈미 신사의 또 다른 명물은 낙락장송이다. 땅으로 드러난 아름드리 소나무의 뿌리가 길게 드리워져 마치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지니고 있다.

해수욕을 하고 싶다면 대마도 북쪽 가미쓰시마초에 있는 마우다하마 해수욕장으로 가보자. 일본 100대 해변으로 꼽히는 이곳은 에메랄드빛 섞인 푸른 바다에 작은 섬이 떠 있어 풍광이 아담한 것이 특징. 인적이 드문 데다 개발 흔적이 적어 태고의 해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대마도에서는 보기 드문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해변으로 바닷물도 깊지 않아 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다. 마우다하마 해수욕장에서 북서쪽으로 15분을 달리면 가미쓰시마초 북쪽에 있는 한국전망대에 갈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부산을 조망할 정도로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에메랄드빛으로 가득한 해안과 대마도 전망이 가슴까지 탁 트이게 한다. 전망대 내부에는 조선통신사 행렬 등의 그림과 여러 자료가 전시돼 있다.

대마도에서 바라보는 우리 역사, 이즈하라 항구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이즈하라 항구 마을은 대마도를 여행하면 반드시 둘러보게 되는 곳이다. 쇼핑몰과 맛집이 운집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작은 항구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즈하라 항구 마을은 골목을 곳곳을 누비는 즐거움이 있지만, 한국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면 더욱 의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이즈하라 항구 마을 가네이시조(금석성)의 외문인 노문을 지나면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1931년 덕혜옹주와 대마도의 백작이었던 소 다케유키의 결혼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일제의 대한 제국 황실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강제정략결혼을 한 덕혜옹주는 결혼 전부터 앓아왔던 정신질환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 다케유키와 이혼하고 말았다. 외롭게 서 있는 비가 덕혜옹주의 쓸쓸했던 삶과 닮았다. 이즈하라 항구 마을 서쪽 주택가에 있는 수선사에는 최익현 순국기념비가 있다. 최익현은 을사조약 후 항일의병운동을 일으킨 인물로 대마도에 유배됐다가 단식 끝에 순절했다. 1986년 건립된 이 비는 비록 작은 비석이지만 조선의 기개와 선비정신을 몸으로 보여준 것으로 애국심이 비 곳곳에 녹아 있다. 이즈하라 항구 마을 중앙에 있는 대마 역사민속자료관은 대마도의 역사적인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한국인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반도 양식의 세형동검과 청동거울, 백제, 가야 등에서 전래된 청자와 불상, 17m 길이의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이다. 대마역사자료관 근처에는 조선통신사 비가 우뚝 서 있다.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으로 한·일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을 기념해 1992년 세워졌다.

고구마 면을 가쓰오부시에 말아먹는 로쿠베

대마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로쿠베다. 대마도 특산 고구마로 반죽한 면을 가쓰오부시 육수에 말아먹는 음식으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대마도에서 가장 유명한 로쿠베 맛집은 이즈하라마초의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근처에 있는 란테이다. 3대를 이어 영업하고 있는 이곳은 수제로 면을 뽑기 때문에 면발의 쫄깃함이 대마도 최고다.

800도 이상의 열로 달군 화강암에 해산물을 구워먹는 이시야키도 대마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화강암에서 원적외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해산물에 간을 하거나 양념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해산물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갓 잡아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옹기종기 모여 직접 구워먹는 즐거움이 삼겹살을 구워먹는 것 못지않다.

350년 역사의 전통 간식 가스마키는 카스테라를 동그랗게 말아 만든 대마도의 별미. 고소한 풍미로 가득한 카스테라가 단팥을 감싸고 있는데, 고소함과 달콤함의 절묘한 조화에 부드러운 식감까지 한입 먹으면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대마도에서 가장 유명한 가스마키 맛집은 상대마도의 히타카쓰항에 있는 야마하치 제과다. 오랜 역사에 촉촉한 식감이 인상적이어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우동섭 여행작가 xyu2000@naver.com

여행정보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대마도 히타카쓰항과 이즈하라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이 매일 출발한다. 모든 여객선이 8~9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여객터미널로 서둘러 가야 한다. 누림여행사(nulimtour.com)가 ‘대마도 일주 1박2일’ 상품을 출시했다. 매일 출발하며 주요 관광지인 한국전망대, 와타즈미신사, 에보시다케 전망대, 만관교 등을 둘러보고 이즈하라항에서 면세점 쇼핑도 할 수 있다. 17만9000원부터. (02)75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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