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경제계 "혼란 수습해 기업 경영에 전념하게 해달라"

입력 2017-03-10 17:20
재계, 정치권에 호소

헌재 "청와대, 재단 출연 요구는 기업 재산권·경영자유 침해"
뇌물이란 특검 결론과 달라


[ 장창민/주용석/김현석 기자 ]
경제계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정국 혼란을 빨리 수습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기업들이 투자 계획 및 글로벌 전략 수립 등 본업(本業)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검찰 수사→국회 국정조사 청문회→특별검사 수사→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덫에 걸려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한 탓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10일 일제히 논평을 내 국정 혼란을 매듭짓고 국론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과에 모든 국민이 승복함으로써 정치적 대립과 혼란을 종식하고, 대한민국이 미래를 내다보고 올바른 진로를 개척할 수 있게 뜻과 지혜를 모아 주길 희망한다”며 “그동안 정치 일정에 밀려 표류하던 핵심 현안 해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정치권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협치를 통해 국정운영 공백과 국론 분열에 따른 사회 혼란이 조기에 매듭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업도 도전과 혁신을 통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고 했다.

다만 재계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다. 헌재 판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앞으로 다른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서다. 삼성은 일단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기업 출연 요구를 사익 추구로 규정짓고, 이를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헌재의 판단은 ‘기업들이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줬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론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검찰 수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 헌재의 탄핵 심판과 특검이 주장한 형사법상 뇌물죄 판단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SK와 롯데, CJ그룹 등은 검찰 수사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 정국에 이은 대선 정국도 재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야권 후보들이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을 줄줄이 대선 공약으로 띄울 공산이 커서다. 이 과정에서 반(反)기업 정서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우선주의와 중국의 반한(反韓) 정책이 노골화하고 있지만, 대선까지 두 달간 국정 공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부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점도 걱정거리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앞으로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 다시 포퓰리즘이 득세해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창민/주용석/김현석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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