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증권부 기자) 벤처캐피탈(VC)이 결성하는 펀드에 돈을 맡기는 거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다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VC펀드는 공모펀드가 아니라 49인 이하의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사모펀드(PEF)입니다. VC펀드는 운용사가 특정 투자 대상을 정해놓고 자금을 끌어모으는 프로젝트 펀드와 돈을 먼저 모은 뒤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가 있습니다.
VC펀드 운용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PB센터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자산가들에게만 투자 기회를 주는 탓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 재벌2세들이 VC펀드에 돈을 맡긴다고 합니다.
VC펀드는 주로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펀드 운용사는 사업 아이템의 독창성, 성장 전략, 인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 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투자 결정을 내립니다. 비유하자면 씨를 뿌리는 단계 또는 싹이 트는 단계에서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실패했을 때 위험 부담이 큰 대신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으로 보상받습니다.
국내 최대 VC 운용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1년 카카오에 50억원을 투자한 지 4년만에 790억원을 벌었습니다.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이 1600%에 육박합니다. 국내 선두권 VC 운용사들은 연평균 20~30%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합니다.
한 거액 자산가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VC펀드 투자가 수익률이 괜찮을 뿐 아니라 창업 초기 기업이 안착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VC업계에서는 거액 자산가들이 VC펀드에 투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세금 감면 혜택을 꼽고 있습니다. 개인이 펀드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양도차익이나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줍니다. 증권거래세도 면제됩니다. 여기에 전체 출자금액의 10%에 대해서는 소득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3년 이상 펀드에 자금을 투자해야 합니다.
거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 자금으로만 조성한 VC펀드도 나오고 있습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특수 채소를 재배하는 미래원에 개인 고객 투자금 60억원을 모아 투자했습니다. 교육출판업체 미래엔이 2015년에 설립한 엔베스터도 거액 자산가들의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벌 2세들끼리 자금을 모아 신생 VC 운용사를 만들어 투자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기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상장을 앞둔 기업에 투자해 상장 후 차익을 거두기도 합니다.
다만 전문 운용역 없이 개인 투자자가 운용하는 VC펀드는 투자할 기업을 꾸준하게 발굴할 역량이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VC펀드의 연간 투자액이 ‘1000원’이라는 황당한 일도 벌어집니다. VC펀드가 1년간 투자를 집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받고, 6개월 내에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창업투자사 라이센스가 취소되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지키기 위해 1000원 투자라는 ‘꼼수’를 부리는 겁니다. (끝) /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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