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비정규직·중소기업직원 처우개선' 약속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문재인·안희정·유승민 등 공약 "정규직 임금 깎지 않으면 불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연 600만원?
안철수 공약…연 5.4조원 소요 "중소기업 고용주만 혜택볼 것"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이재명·유승민 등 약속 "편의점 알바 해고 부를 수도"
[ 김기만 / 박종필 기자 ] 여야 대선주자들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직원 등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자의 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 지급,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 간 격차를 줄이고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공약 배경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용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가 개입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선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다. 고용 형태, 성별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여성학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수 영입 기자회견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해 여성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동일노동을 정의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업장에서 동일노동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고용주 주관에 달려 있다”며 “판단 기준을 법으로 정하고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면 기업 인건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며 “정규직 임금을 깎지 않고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실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2년간 120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제도가 시행되는 5년 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5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을 함께 해소하자는 취지지만 임금 보조의 실질 혜택이 청년 구직자보다 중소기업 고용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이 정부 보조금만큼 신입 직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깎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는 5년 후 나타날 ‘임금절벽’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과제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소기업이 청년을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보조금만 받아가는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도 만만찮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 시장과 유 의원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웬만한 중소기업 임금 수준을 웃돈다. 시간당 1만원을 기준으로 한 월급은 209만원(주휴시간 포함 월 209시간 근로)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중소기업(종업원 300명 미만) 신입사원 평균 월급(207만5000원)보다 많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편의점 주인은 알바 시급을 올리기는커녕 알바를 해고할 것”이라며 “알바 직원이 혜택을 받을 것 같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만/박종필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