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회의론자도 VR 체험해보면…"이거, 대박이네"

입력 2017-03-09 18:12
VR 비즈니스

신 기요시 지음 / 한진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16쪽│1만3000원

엔터산업의 대세는 '체험'…CG·해상도 기술은 한계 직면
압도적 몰입감 주는 VR기술, 황금알 낳는 거대 시장될 것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어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하고, 어떤 이는 수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정의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찌 됐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3차 산업혁명 시대가 그 화려한 변화를 마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고 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시대에 새롭게 각광받는 기술 분야가 있다. 바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다.

1990년대에 미국 정보기술(IT)산업에서 주목을 받다가 큰 실패를 맛본 VR은 최근 세계 유명 IT쇼에 화려하게 재등장하며 조명받고 있다. 이는 VR 기술이 인류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VR은 인류에게 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을 제어하는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시공을 제어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시공을 제어할 수 없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온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지고 온다. 그 변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체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을 선사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IT전문 저널리스트인 신 기요시 리쓰메이칸대 영상학부 교수가 쓴 《VR 비즈니스》는 일반인이 VR 기술과 관련 산업을 이해하고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VR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인재들의 비전과 VR 기술이 기존 산업과 결합해 새로 등장할 산업군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쉽고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VR이 앞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을 저자가 확신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최신 경향을 통해서다. 예를 들면 음악산업에서는 음악 배포 자체의 수익보다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공연장 판매 상품의 수익이 더 앞서면서 비즈니스 주류가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은 체험을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 비즈니스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테마파크에서도 VR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어트랙션(놀이기구)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주류가 ‘체험의 가치’로 향하는 산업구조여서 VR 기술에 엄청난 시장 가능성이 있다.

VR산업이 재조명을 받는 이유를 저자는 수확체감에서 찾는다. 필자도 콘퍼런스나 강연에서 여러 번 언급한 내용이다. 수확체감이란 생산요소의 투입을 증가시킬 경우 산출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투입량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산출량의 증가율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다. VR은 컴퓨터그래픽 기술 진화의 한계,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한계, 즉 수확체감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VR산업의 강점은 VR 기술만의 압도적 몰입감과 믿기 어려운 극한의 현실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며 “이 산업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고급 VR기기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체험하면 성공을 확신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크게 공감하는 대목이다. 필자가 ‘오큘러스 VR’(현 오큘러스)의 공동창업자로 참가한 계기도 이 책에 등장하는 파머 러키와 브렌던 이리브(오큘러스 공동창업자)를 만나 체험한 VR 경험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VR의 가능성을 조망하고, VR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의 시장 가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VR산업에 관심이 있거나 이제 갓 입문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이들이 주목할 만한 이야기도 많이 담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 취재하고 경험한 내용 위주여서 국내 VR산업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국에서도 VR 기술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많은 기업이 VR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VR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제조에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시제품을 발표하며 뛰어들었다. 중소기업들이 먼저 뛰어든 VR 콘텐츠 분야에서도 대기업이 개발 인력을 뽑아 시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VR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 아직도 많은 투자회사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정부도 VR산업의 육성 의지에 비해 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법과 규제를 아직까지 제대로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VR산업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VR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서동일 <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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