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소수의견] "사드 보복, 중국도 대가 치른다는 점 경고해야"

입력 2017-03-09 13:56
수정 2017-03-09 17:24
중국경제 전문가 조현준 건국대 교수 인터뷰
"한중관계 윈윈에서 제로섬으로, 터닝포인트 될 것"
우리 경제 중국의존 지나쳐…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김봉구의 소수의견]은 통념이나 대세와 거리가 있더라도 일리 있는 주장, 되새겨볼 만한 의견을 소개하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작은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왔다. 발사대 2기가 국내에 반입됐다. 예상보다 빠른 행보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8일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는 잘못된 선택이다. 한국은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국 현지 롯데마트의 절반 이상(55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보복은 시시각각 가시화되고 있다.

사드에 대한 우려는 다층적이다.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가 북한 미사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을지, 요격 능력은 신뢰할 수 있는지 같은 기술적 논란부터 미·중 패권경쟁과 연동된 동북아시아 지역 긴장감 고조, 군비경쟁 촉발 등의 국제관계 쟁점까지 아우른다. 안보주권 문제도 얽혀있다. 하나 같이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그래서 질문의 범위를 좁혔다. 첫째, ‘사드 철회’를 경우의 수에서 제외했다. 둘째, 정경분리 원칙을 전제했다. 셋째, 민간 부문 대책으로 국한했다.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책은 무엇인지 짚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조현준 건국대 KU중국기업연구소장(국제무역학과 교수·사진)은 한중간 ‘사드 비대칭성’부터 지적했다. 냉정히 말해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 대응할 만한 한국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중국은 한국의 큰 손이다. 대중국 무역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 한국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하지만 중국이 간과하는 부분도 있어요. 사드 보복은 반중 정서에 불을 질렀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완전히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될까요? ‘강고한 한미일 군사블록화’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되겠죠. 우리 못지않게 그들이 입는 피해도 크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중국에 경고해야 합니다.”

이날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만난 조 교수는 “사드 보복은 경제적 성격도 있다. 한중 양국의 선도산업 경쟁까지 감안한 복합적 견제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태를 우리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 예견된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고 주문했다.


- “아직 사드 보복은 절정에 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국제관계에서는 국익이 최우선이다. 국익은 크게 생존, 번영, 영향력 확대의 세 가지로 나뉜다. 생존은 안보, 번영은 경제발전 지속·촉진, 영향력 확대는 자국의 외교적 위상 강화로 보면 된다. 중국에게 사드 문제는 세 가지가 다 걸린 사안이다. 그러므로 타협점을 찾기 상당히 어렵다. 보복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 ‘생존’과 ‘영향력 확대’는 납득된다. 하지만 중국의 번영과 사드는 무슨 상관인가?

“중국의 사드 보복은 복합적이다. 자국 안보 문제, 패권경쟁 차원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도 깔려있다. 사드 문제를 빌미로 양국간 선도산업 주도권 경쟁에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 한국 기업 견제, 자국 기업 보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양국 주력 기업의 시장점유율 경쟁에서도 중국 기업이 기회를 얻거나 시간을 벌게 됐다.”

- 보복이 본격화되면 우리의 경제적 손실이 17조 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고 수출이 수입보다 많다. 양국 가운데 한국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구체적 피해 규모는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으로 일본이 입은 피해액은 연간 5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는 일본보다 무역 비중, 중국 의존도 모두 높다. 경제적 손실 규모도 더 클 것이다. 서로 보복을 주고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 어떤 분야의 피해가 클까.

“손익을 분석하고 대차대조표를 따져봐야겠지만 완성품, 최종 소비재나 서비스산업의 타격이 클 것이다. 주로 유통업이 해당된다. 시위효과(demonstration effect)가 강한 관광산업이나 한류, 이를테면 화장품 브랜드도 피해를 입겠지. 투자 분야도 문제다. 중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연기되거나 철회될 수 있으니까.”

- 답답하다. 우리에게는 뾰족한 수가 없지 않나.

“비대칭적이다.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다. 사드 배치로 얻는 이익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중 안보 정도다. 이에 비해 중국은 세 가지 차원 이익을 모두 추구하고 있다. 대치 국면에서의 기대 이익도 중국 쪽이 크다. 즉 중국은 현 국면을 유지하면서 우리를 압박할 동기가 있다. 한국은 이 국면이 빨리 정리되길 원하지만.”


왕이 부장은 한중 수교 25주년의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국 관계는 특수하다고 할 만큼 좋았다. 외교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양국은 서로를 필요로 했다. 윈윈(win-win)이었다. 그 흐름이 제로섬으로 바뀌고 있다. 안보 문제를 논외로 해도 각종 산업에서 협력자보다는 경쟁자로 맞서는 일이 잦아졌다. “사드 문제가 갈림길에 선 한중 관계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조 교수는 전망했다.

- 그 정도로 파장이 클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갈수록 적나라해지고 있지 않느냐. 사드 문제는 쉽게 타개될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은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악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양국 국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 국내에서도 반중 정서가 일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보이는 부분에선 한국의 피해가 클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국내에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비윤리적이다, 북한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과연 대국의 자격이 있는가…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중국에게도 좋을 게 없다. 그걸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 그렇게 된다 해도 중국이 신경 쓰겠나.

“사드 보복을 계기로 우리가 미국 쪽에 경사되면 중국은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미일 지역동맹화가 굳건해지면서 중국의 동중국해·남중국해 헤게모니 장악이 한층 어려워진다. ‘사드 보복은 단견(短見)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직시하라.’ 우리도 이렇게 경고해야 한다. 학계, 언론 등 민간 차원에서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 실제로 “사드는 주권 문제다”, “왜 중국이 개입하느냐” 같은 얘기가 나온다.

“중국이 자국 안보 차원에서 우려할 수는 있다. 단 ‘사드가 한국에 도움 안 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판단이 적절했는지와 별개로 우리도 생존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사드는 아주 강력한 ‘치킨게임 이슈’다. 윈윈 성격이었던 양국 관계의 제로섬 측면이 부각될 것이다. 미래 한중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 정부가 사드 보복 가능성과 수위를 오판했다는 ‘자책론’은 어떻게 보나.

“글쎄. 어느 시점에서 내부적으로는 파악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 보복 가능성이 크지 않고,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혀온 건 일종의 레토릭(표현)이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에게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 이해 바란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본다.”

중국이 주창하는 ‘신형 대국관계’의 원천은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 조 교수는 “군사력·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보다 문화적·내면적 영향력이 중요한데 사드 보복은 전자에 속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하드파워 압박을 계속하면 군사적으로는 한미일 동맹 강화가 불가피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 대체시장 개척 및 다변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 사드 보복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하는데.

“잘하는 것이다. 물론 WTO 제재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 방침이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불합리한 보복 관행을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다. 적극 공론화해 중국에 경고 시그널을 줘야 한다. 이 역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 당장 발생하는 피해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선 현지 진출 중소기업에 대해선 긴급예산 지원 등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보복이 장기화된다면 중국에서 제3국으로 옮기는 기업엔 기금 지원 또는 공적개발원조(ODA) 연동,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에는 세제혜택 부여 등을 고려할 만하다. 우리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면 중국도 ‘전략적 선회’를 택할 수 있다.”

- 사드가 트리거(방아쇠)가 됐지만, 그간 누적된 차이나 리스크가 터진 것 아닌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십수 년 전부터 경고해온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와 업계가 애써 외면했다고 본다. 계속 이익이 나니 차일피일 미뤘다. 이지 고잉(easy going)한 것이다. 이제 때가 됐다. 절박하게 바꿔야 한다.”

- 오랫동안 한국은 중국에게 요긴한 전략적 파트너였다. 최근 중국 경제와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의 필요성이 떨어진 점이 양국간 경제적 비대칭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측면도 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넥스트 차이나’를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인 나라가 특정 국가에 편중되면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이참에 선진국과 신흥국 양쪽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 개발과 경쟁력 강화는 필수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 중국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 결국 여기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 같다.

“사드, 당연히 불안하다. 누군들 피하고 싶지 않겠느냐. 단 불안한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격렬히 반발하겠나. 우리도 중국 대응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보복은 문제’라는 공감대와 단결이 중요하다. 민간 여론전에서 밀리면 안 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