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넘어 의료기기까지"…'복수전공 중소기업' 늘어난다

입력 2017-03-08 18:27
수정 2017-03-09 06:27
의료기기도 결국 기계

미래컴퍼니·고영테크 등 축적된 반도체 기술 활용
의료기기로 사업 확장 …"안정적 수익원 확보 차원"


[ 임락근 기자 ]
빠르게 커지고 있는 의료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강소기업은 물론 자전거업체 등도 본업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의료기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고령화 등으로 의료 수요가 늘면서 의료기기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에 도전장 내는 중소기업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 장비, 광전송장비 등 IT 분야에서 활약하던 중소기업들이 의료기기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인텍플러스는 지난해 박성수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부터 복강경 수술도구 기술을 이전받았다. 복강경 절제기에 혈관을 탐지해내는 광학 장비를 달아 실수로 혈관을 자르는 일이 없도록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인텍플러스 관계자는 “주 전공인 광학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여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기술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수술용 로봇 장비를 개발한 미래컴퍼니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업체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모서리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에지 그라인더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1월 말 이 회사가 개발한 수술 로봇 레보아이로 복부 수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수술용 로봇도 결국 기계장비”라며 “오랫동안 축적한 정밀제어 원천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협업 사례도 늘어

고영테크놀러지, NSN, 성산ENG, 텔레필드 등 반도체 검사장비업체는 물론 자전거, 자동화시스템, 광전송장비 관련 업체들도 의료기기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업체들은 납품처의 업황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이상윤 인텍플러스 대표는 “반도체 시장이 불황일 때는 속절없이 경기를 탈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를 위해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형 종합병원 등이 의료기기 사업화에 적극적인 것도 중소 IT 기업들이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장비업체인 참엔지니어링은 고려대 안암병원과 협력해 마취 심도 측정기를 개발 중이다.

최상우 참엔지니어링 선임연구원은 “개발 단계부터 일선 의료진으로부터 아이디어와 조언을 얻어 장비를 개선,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텍플러스에 기술을 넘긴 박 교수는 “수술을 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사업가들과 교류하면서 기술이전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지는 의료기기 시장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BMI에 따르면 2009년 2490억달러이던 시장 규모는 2015년 3571억달러에 달했다. 2019년에는 469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시장 성장세도 빠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6년 2조8900억원이던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2015년 5조2700억원으로 성장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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