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처음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남의 잔치가 됐다.
한국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조별예선 2차전에서 0 대 5로 패했다. 3회 WBC 1라운드 탈락의 빌미가 됐던 네덜란드에 복수는커녕 4년 전과 같은 점수로 무릎을 꿇었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2패를 당하며 A조 최하위로 밀린 한국은 사실상 자력으로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 진출이 힘들어졌다. 네덜란드가 남은 2경기에서 1승이라도 거두면 탈락이 확정된다.
현재로선 네덜란드가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하고 한국이 대만을 이겨 이스라엘(3승)-한국(1승 2패)-네덜란드(1승 2패)-대만(3패) 순이 되는 ‘경우의 수’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 네덜란드와 대만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네덜란드가 질 확률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이날 경기에서도 홈런 2개 포함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한국을 농락했다.
경기는 시작부터 네덜란드가 앞서나갔다. 1회말 첫 타자 안드렐톤 시몬스가 선발 우규민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곧바로 유릭슨 프로파르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6일 이스라엘전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대회의 악몽까지 떠오르게 하는 한 방이었다. 고척돔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이어 산더르 보하르츠가 3루타를 뽑아냈지만 우규민이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2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한국은 2회말 2사 후 다시 한 점을 허용했다. 란돌프 오뒤벌이 2루로 도루할 때 김태군이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3루를 내줬고 우규민이 시몬스에게 다시 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는 0 대 3이 됐다.
한국은 3회초 1사 1, 2루에서 서건창이 병살로 물러난 데 이어 5회에도 2사 1, 2루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무기력함을 이어갔다.
오히려 6회말엔 원종현이 오뒤벌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0 대 5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8회초 1사 후 이용규가 안타로 출루하며 불씨를 살렸지만 후속 타자 김태균이 병살타로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 공수교대 시간에 패배를 직감한 상당수의 관중이 빠져나갔다.
9회초 2사에서 대타로 출전한 최형우가 내야안타로 1루를 밟았지만 박석민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가 마무리됐다.
전날 8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태균과 이대호는 이날도 8타수 1안타에 그치며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직후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났다”며 “마지막 대만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김하성 등 새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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