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주류 '문재인 대세론'에 반격 시작
김종인 "새 개혁세력 만들겠다"
여야 비문재인 의원·개헌파 결집
대권도전 등 보폭 넓힐 듯
문재인 "대단히 안타깝다"
'안희정 멘토단장' 맡은 박영선
"확장·유연성 있는 안희정 인간성 믿고 돕기로 결심"
[ 손성태 기자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4선)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멘토단장직을 수락하면서 캠프에 합류했다. 공교롭게 전직 비대위원장 두 명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리는 모양새여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당내 비주류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며 “내가 (이 당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떠날 때가 돼서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시기는 “앞으로 내가 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이유에 대해 “당이라는 것은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괜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며 “특별한 사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당이 4·13 총선을 치르면서 국민에게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당내에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활동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박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벗할 수 있는, 그리고 대한민국과 국민의 벗이 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안 지사에게 그런 넓은 품, 따뜻한 가슴이 있다고 느낀다. 확장성, 유연성과 안 지사가 갖고 있는 인간성에 울림이 있어 도와주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선언과 박 의원의 안 지사 캠프 참여가 민주당 경선 구도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지난해 초 총선 승리를 위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고, 박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문 후보를 지원했다. 특히 김 전 대표가 “나는 속은 사람”이라며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문 전 대표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의 탈당 소식을 전해 듣고 “김 전 대표님은 우리 당이 정권교체를 하고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분”이라며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본격적으로 비문(비문재인)진영 인사들과 개헌파의 결집을 시도하면서 활동 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 개혁세력을 만드는 데 나서겠다”며 “자유한국당도 그대로 대선에 임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의 대권 도전설에는 “두고 봐야 알 일이고, 미리 얘기할 수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대표는 측근 의원들의 동반 탈당 가능성에 대해 “혼자 왔다가 혼자 떠나는 것이지 누구와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측근 중 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한 진영 최명길 이언주 의원 등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 의원과 개별 접촉해 탈당을 적극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