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 지하화 사업 '급물살'

입력 2017-03-07 18:02
박원순 서울시장 '사실상 반대'서 '검토'로 입장 선회

'강남 특혜' 여론 부담에 반대
대선 출마 접으며 시정 전념…'전국민 편익 증진' 여론도 작용
'걷는 도시, 서울' 새 슬로건…시정 방향에도 부합 판단한 듯


[ 마지혜 기자 ] 서울시가 서초구가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IC)~양재IC 구간(6.4㎞) 지하화 방안(조감도)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이른바 ‘강남 특혜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이 사업을 사실상 반대해 왔다. 사업 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태도가 달라짐에 따라 2015년부터 논의돼 온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민’에서 ‘검토’로 바뀐 박 시장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7일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28일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면담을 하고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 지하화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역 간 균형발전과 도시계획 등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해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면담은 조 구청장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서초구는 2015년 말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왕복 12차로의 급행 통행 터널과 8차로 완행 터널을 각각 뚫어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공원과 근린생활시설·영리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이 사업에 3조3159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을 할 때 사업자들에게서 받는 기부금과 부지 매각 대금 등으로 5조2430억원을 확보할 수 있어 국민 세금을 쓰지 않고도 공사가 가능하다는 게 서초구의 설명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서초구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4월 열린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최호정 시의원(서초3) 질의에 “워낙 큰 프로젝트여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 의원이 시와 서초구 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자 “TF를 만든다는 얘기는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인데 서울시는 아직 결정을 안 했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대권 도전을 노리던 박 시장으로선 강북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민 보행권에 날개 달아”

박 시장이 방침을 바꾼 것은 최근 내놓은 시정 슬로건(‘걷는 도시, 서울’)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걷는 도시, 서울’은 도심에는 걷기 좋은 길을 늘리고 시 외곽엔 도로 지하화를 통해 녹지와 개발 공간을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강남 특혜 사업’이 아니라 ‘전 국민 편익 증진 사업’이라는 서초구 주장에 대한 여론의 풍향이 긍정적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초구는 “도로 지하화로 교통정체가 해소되면 서울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의 교통 편익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추진 중인 동부간선도로·서부간선도로 지하화에 대한 여론을 보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은 다른 용도로 새로 조성하는 ‘복합 개발’이 가능하도록 올해 안에 도로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녹지축과 보행로를 늘려 시민의 보행권에 날개를 달겠다는 시정 방침처럼 차량 공간인 경부고속도로를 시민 품에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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