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효성에 '반기' 든 카프로 전문경영인…효성 "대표 연임 안돼"vs박승언 대표 "물러날 수 없다"

입력 2017-03-07 17:54
수정 2017-03-08 07:17
24일 주총서 표대결

효성, 대표 재선임안에 제동 "주주들 무시한 독단 경영"
박 대표, 강력 반발 "효성 경영권 개입은 부당"
캐스팅보트 쥔 코오롱인더 "상황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익환 기자 ] 국내 유일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제조 업체 카프로의 최대 주주인 효성이 박승언 카프로 대표이사 재신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 경영진이 주요 주주들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 경영을 이어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카프로 경영진은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도 불사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표대결로 치달을 경우 카프로 2대 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엇갈리는 주장

효성은 7일 박 대표에 대한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냈다. 효성은 공시에서 “이달 24일 열리는 카프로 주총에서 박 대표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효성에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카프로 경영진은 즉각 반발했다. 효성이 지분 11.65%의 최대주주이지만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박 대표의 재선임을 관철하겠다는 것. 회사 임직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모든 직원은 박 대표 등 현재 이사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재선임을 희망한다”며 “효성이 부당하게 경영권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효성이 지난해 8월23일부터 이틀에 걸쳐 카프로 지분 8.25%를 처분하면서 같은 기간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카프로가 올해 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완벽하게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에 효성 측의 태도가 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효성은 이에 대해 “지분을 정리한 건 재무구조 개선 차원이었으며 최근 태도가 바뀐 게 아니라 박 대표의 임기가 마침 만료돼 교체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효성 관계자는 “시황이 악화됐을 당시 공장 가동률을 줄이라는 최대주주 요구에도 박 대표가 적자를 무릅쓰고 가동을 강행하는 등 독단적인 경영으로 카프로 정상화의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카프로는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268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효성은 지난해 9월 말까지 카프로의 카프로락탐 제품 961억원어치를 구매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의 선택은

카프로는 지난해 하반기 2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올해도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효성은 일부 중국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일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파이브란트(연간 생산량 26만t)가 카프로락탐 공장의 문을 닫은 영향도 컸다.

효성 관계자는 “선진국 카프로락탐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단기 수급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효성과 카프로 경영진 간 표대결은 2대 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9.56%)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1965년 공기업으로 출범한 카프로는 1974년 민영화 과정에서 효성과 코오롱, 고합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2001년 유상증자 당시 효성이 고합의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효성 출신인 박 대표는 카프로 기획기술본부장, 생산본부장 등을 거쳐 2014년 대표로 선임됐으며 3년 임기를 채운 상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