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고 믿을 만한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것도 못 된다. 정부 통계는 더욱 그렇다. 조사방법이나 항목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두는 것은 무엇보다 통계가 권력에 춤추거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통계청이 새로운 지니계수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되새겨보는 원칙이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구조, 즉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통계청이 지니계수 산정방식을 바꾸려는 것은 고소득층 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착시가 나타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가계동향조사’로는 고소득층의 실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는 호소에는 수긍도 된다. 조사원이 찾아가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가구가 많을 것이다. 통계청이 국세청의 소득자료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자료를 요청하기에 이른 배경이다.
기존의 지니계수로는 한국이 OECD 평균보다 부의 불평등 정도가 낮았지만 새 지수로는 평균을 웃돈다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고소득층 소득을 제대로 반영토록 하겠다’는 통계청 의도대로 되는 셈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사실에 더 부합하는지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다. 국세청 자료라 해서 모든 계층의 실제 소득이 완벽하게 반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세·중소사업자의 실수입 파악에서 국세청 자료가 더 정확할지, 익명이 보장되는 설문에 신빙성이 더 있을지 모를 일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정도가 행정자료에 의존할 뿐 미국 일본도 우리처럼 설문 동향조사로 소득을 측정하는 데는 그런 사정도 감안됐을 것이다.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에 편승하거나 여론에 굴복해서는 곤란하다. 착시를 막겠다며 또 다른 착시를 만들 수 있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대선주자들은 ‘불공정 사회’라며 한국을 기어이 지옥으로 만들어가는 요즘이다. 근래 통계청이 ‘중산층 의식 조사’ 등에서 종종 ‘오버’하는 자료도 내놓기에 더욱 하게 되는 걱정이다. 객관성과 신뢰성 있는 통계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