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내년 적자전환…고령화로 바닥 드러낸 4대보험

입력 2017-03-07 16:26
노인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적립금 6년 뒤 고갈 위기
정부 "수지 균형 맞출 보험료 조정·지출 효율화 안 마련"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4대 보험·연금의 재정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2018년 적자로 전환, 2023년에는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고 이미 적자가 시작된 장기요양보험은 3년 뒤인 2020년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위기에 놓인다는 정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7일 발표한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 추계를 보면 지난해 5조2천억원 흑자를 기록한 4대 보험 수지는 2025년 21조6천억원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 증가 영향으로 2018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됐다. 건강보험 수지는 2011년 6천8억원 흑자로 전환한 뒤 2014년까지 흑자 규모가 커졌지만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52조6천억원이었던 건강보험 총지출은 연평균 8.7%씩 늘어 2024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된 원인은 노인 인구의 증가다. 고령화 영향으로 총 급여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급여비 비중은 지난해 38.6%에서 2025년 49.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1인당 건강보험 급여비도 지난해 95만원에서 2025년 180만원으로 2배가량 확대된다.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보다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400억원 적자를 낸 장기요양보험이 2025년 2조2천억 원까지 적자가 커지고 2020년에는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6천억원 흑자를 기록한 고용보험은 지출이 연평균 7.2% 늘어나면서 2020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25년에는 2조6천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구직급여 수급액이 늘어나고 육아휴직 이용이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지출이 크게 늘어 났다는 분석이다.

고용보험 수급자 수는 2016년 531만명에서 2025년 612만 명으로, 1인당 수급액은 같은 기간 136만 원에서 229만 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정부는 예상했다.

산재보험은 재해율 감소로 흑자 폭이 지난해 1조5천억 원에서 2025년 3조3천억원으로 확대된다.

국민연금은 흑자규모가 지난해 45조9천억원에서 2025년 57조2천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보다 더 빠른 탓에 흑자 증가율은 지난해 7.8%에서 2025년 5.9%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연금 총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11만명이 순차적으로 연금 수급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413만명이었던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25년 645만명으로 늘어나고 전체 노인 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도 38%에서 46%로 상승하게 된다.

국민연금 총지출액은 연금 중 가장 높은 10.7%까지 상승하고 1인당 수급액(노령연금 10년 이상 가입자 기준)은 지난해 월 48만원에서 2025년 월 68만원으로 늘어난다. 사학연금은 당기 흑자규모가 지난해 9천억원에서 2025년 7천억원으로 감소한다.

적자가 계속되는 공무원·군인연금은 2016년 3조8천억원에서 2025년 9조7천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사학·군인·공무원 연금 수급자 수는 지난해 64만명에서 2025년 89만명으로 1.4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4대 연금 흑자 폭은 지난해 42조9천억원에서 2025년 48조1천억원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총지출은 35조원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3.1% 수준인 75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4대 연금과 4대 보험에 대한 중장기 재정 추계를 근거로 부담·급여 체계를 개편하고 지출을 효율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적립금이 고갈되기 전에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운용수익률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복지예산심의관은 "보험 적립금이 고갈되기 전에 지출을 견고하게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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