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새천년민주당→안철수 멘토→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이념 보다 정책…진영 허무는 자유인”vs “권력을 좇는 차르” 엇갈린 평가
김 전 대표 탈당…반문재인 연대 기폭제·제3지대 ‘빅텐트’ 될지 주목
한국당·바른정당 호응…안철수 전 대표는 연대에 부정적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정치적 행로를 살펴보면 보수-진보를 넘나든다.
1980년 신군부 국가보위입법회의 전문위원을 지낸 뒤 이듬해부터 1988년까지 제11·12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시기 그는 민정당 국책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등을 맡았다. 19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노태우 정부에선 보건사회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 14대 민자당 전국구 의원 등을 역임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 땐 새천년민주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2008년 민주당을 탈당, 국회의장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을 준비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다 결별하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경제정책을 놓고 대립했다. 대선 1년만인 2013년 12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김 전 대표는 4·13 총선을 석달 가량 앞둔 지난해 1월 14일 민주당에 합류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요청이 있었다. 문 대표는 삼고초려 끝에 모셔왔다고 했다. 그 때 문 대표는 위기에 몰렸다. 당내에서 안철수 의원을 따라 탈당행렬이 이어졌다. 문 대표를 향한 비주류들의 거센 공세가 이어졌다. 문 대표는 결국 1월17일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 전 대표는 관리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차르(옛 러시아 황제)’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전권을 휘둘렀다. 당의 최대 계파였던 친노(친노무현)계는 위기감을 느꼈다. 친노계는 김 전 대표에 제동을 걸었다. 김 전 대표가 공천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자기사람을 심으며 세 확장을 꾀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는 지난해 3월22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구기동 자택 칩거에 들어갔다. 문 전 대표가 경남 양산 자택에서 급히 서울로 올라와 설득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간청’을 받아들여 당무에 복귀했다. 김 전 대표의 힘은 더 세졌다.
총선이 끝나자 친노의 견제가 본격 시작됐다. 전대 시기를 놓고 김 전 대표와 친노 좌장 문 전 대표가 충돌했다.친노계를 중심으로 ‘조기 전대론’이 터져나왔다. 김 전 대표의 조기 퇴진을 뜻했다. 당초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대선때까지 역할을 해달라고 한 것과 달랐다. 김 전 대표는 물러났다. 당시 김 전 대표가 친노에 팽(烹) 당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 전 대표는 이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당 밖 대선주자들을 두루 만났다.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연대, ‘빅텐트’를 추진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포위 전략, 반문(반문재인)연대’로 해석했다. ‘빅텐트’는 김 전 대표의 대선 전략의 일환이다. 친노와 핵심 지지층만 가지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7일 탈당을 선언한 김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느 당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두고 보셔야지, 내가 미리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손 전 대표와 회동을 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 개혁세력을 만드는데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수립되는 정부는 (국회의원)180에서 200여석 (규모로), 좀 안정된 연립정부 구도로 가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선판을 ‘문재인 대 반문재인’구도로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대선후보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또 낸다고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민주당과 개혁 세력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며 “지금 한국당이 그대로 대선에 임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말씀”이라고 밝혔다.
그가 손 전 대표 등과 함께 추진하는 연대가 ‘스몰텐트’가 될지, 안철수 전 대표와 바른정당까지 포괄하는 ‘빅텐트’로 진화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김 전 대표의 탈당이 ‘반문연대’의 기폭제가 되려면 당내에서 추가 탈당세력이 일정 규모는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동조세력이 어느정도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바른정당은 개헌을 고리로 한 연정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피력해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국민의당이 제3지대 중심’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연대·연합에 부정적인 생각을 밝혀와 쉽사리 김 전 대표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의 동참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와 접촉한 사실을 공개하고 영입이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표를 향해 “(한국당이라는) 95석의 정당은 매력적이다. 친박(친박근혜)이 나설 수 없는 환경에서는 95석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의 공동책임자라는 인식이 걸림돌이다. 여의치 않으면 김 전 대표가 ‘킹메이커’가 아닌 ‘킹’에 도전할 수도 있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김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 이념보다 정책을 더 중시하는 그의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그는 진영허물기를 위한 자유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권력바라기’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소리도 듣는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