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의 사드 보복, 제대로 대응하려면

입력 2017-03-06 17:36
"국제법 위반 피해 사드 보복하는 중국
전략 없는 WTO 제소는 별무소용
'안보와 통상 결부' 위험 부각시켜야"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조치 일환으로 중국 정부가 여행사들에 한국 관광상품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다.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 연간 100억달러 이상 관광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대응을 자제하던 정부는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보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적극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사드 보복이 나온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국제규범 위반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말인가.

그동안 중국이 취한 보복조치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롯데 세무조사는 국내법상의 조세주권 행사라서 국제규범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 광섬유, 전기강판 등에 대한 전방위 반덤핑 조사는 국제법상 허용된 무역구제권한의 행사이고 화장품, 비데, 식품류에 대한 수입불허 조치 역시 위생 관련 규제권한 행사다. 전세기 운항 불허와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한류 위축은 중국이 WTO 및 한·중 FTA에서 개방하지 않은 서비스 분야를 의도적으로 선택해 보복한 것이기에 협정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조치도 마찬가지다. WTO 협정과 한·중 FTA의 중국 측 서비스양허표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여행 알선 서비스에 대해 ‘시장접근 보장’과 ‘비차별 대우’를 약속했다. 시장접근을 보장했다는 의미는 여행알선업자들의 숫자를 제한하거나 이들의 거래액수, 영업횟수, 고용인원, 설립의 법적 형태, 외국자본 참여비율 등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중국이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시키는 것은 자국민 해외여행객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지, 여행알선업자들의 숫자, 거래액수, 영업횟수 제한이 아니다. 더구나 고용인 수나 법적 설립형태, 자본참여 비율 제한과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중국에서 영업하는 여행사가 중국인이 설립한 것이건 한국인이 설립한 것이건 구분 없이 한국여행 알선행위를 동일하게 금지시키는 것이니 내외국 서비스업자 간의 차별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중국은 철저하게 국제규범에 위반되지 않는 분야와 한도에서 강도를 높이며 보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제규범 합치성 검토 운운하는 것은 사드 보복의 기본적 성격에 대한 분석조차 안 돼 있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국제법 위반을 피하도록 보복을 설계하고 있는 중국 측 관계자들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무역보복은 한계가 있다. WTO 협정이나 한·중 FTA를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범위가 그것이다. 만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를 거쳐 경제보복을 가하는 경우이거나,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응 또는 전쟁과 같은 국가위급 사태에 직면해 취하는 조치라면 이런 제한이 없으나, 평시에 취하는 일방적 무역보복이라면 국제통상 규범을 위반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대응 로드맵의 방향은 기존 국제규범 준수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안보이슈를 일방적 무역보복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의 위험성을 국제적으로 부각시켜 새로운 국제규범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각종 다자회의 채널을 통해 이런 보복조치의 유형을 ‘교역 관련 비관세조치’로 규정하고 중국 측에 그 배경과 관련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일방적 편의에 의해 통상문제를 정치·안보 문제와 결부시키는 시도를 억제하자는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중 FTA에 입각해 사드 보복이 양자교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초래하는 비관세조치에 해당한다는 주장(한·중 FTA 제2, 12조)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