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우주탐사 SW 1000개 공짜로 푼다

입력 2017-03-05 20:27
"우주개발 집단지성 기대"
로켓 엔진·위성 등 15개 분야…코드 등 무료 공개는 세 번째
민간 우주기업 육성 의도…응용 범위 넓어 파급력 클 듯


[ 박근태 기자 ]
미국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해 지금까지도 곳곳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미국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는 2006년 지구를 출발해 총알보다 열 배 빠른 속도로 49억8000㎞를 날아 2015년 명왕성을 스쳐 지나가며 탐사했다.

이들 탐사선이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원동력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사람의 도움 없이 먼 여행을 해야 하는 탐사선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한 치의 오류도 허용되지 않는다. 자칫 우주 미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예산 193억달러(약 22조300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최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쏟아부었다. 정기적으로 첨단 우주 탐사선과 거대한 로켓을 작동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를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큐리오시티·우주왕복선 SW 무료 공개

NASA는 지난 1일 로켓 엔진, 위성, 로봇, 우주비행사 생명 지원, 데이터 처리, 설계 등 15개 분야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 코드 1000건을 공개했다. NASA가 소프트웨어와 코드를 무료로 공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 NASA 연구원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처음 일반에 공개한 데 이어 2016년에도 600건에 이르는 소프트웨어를 오픈했다. 올해는 신규 소프트웨어 400종을 추가했다.

올해 공개된 자료에는 2011년 퇴역한 우주왕복선 운용 소프트웨어와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운영 소프트웨어도 포함됐다. 활동 중인 첨단 화성 탐사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을 일반에 아무 대가 없이 공개한 것이다. 공개 대상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우주인에게 공급되는 공기 성분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도 들어 있다. NASA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원격으로 건강을 확인하는 헬스케어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 SW 공개 통해 아이디어 발굴

우주 탐사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해 엑스선 관측위성 히토미를 발사했지만 위성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로 돌아갔다. 소프트웨어 때문에 3200억원이 넘는 위성이 무용지물이 됐다.

한 해 NASA 연구개발(R&D)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NASA가 이처럼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공개하는 건 우주산업에서 계속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유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스티브 주르치크 NASA 우주기술임무국 부국장은 “최고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경험한 기업과 대학들이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우주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지만 응용 범위는 넓다. 이번에 공개된 소프트웨어 가운데 화성과 달 표면 사진에서 운석 충돌 자국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은 농지와 숲속 토양 성분을 파악하는 기술로 사용할 수 있다.

NASA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스케줄 관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공개한 소프트웨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다. 로켓과 우주 탐사선 개발에는 최소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고 방대한 자료를 진행 상황에 맞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사업부서를 운영하는 기업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NASA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각종 이미지, 동영상, 연구 데이터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3차원(3D) 이미지를 활용해 가상 투어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 우주 유영 게임을 공개하는 등 일반인의 데이터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