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악마의 목구멍' 이구아수…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나다

입력 2017-03-05 16:30
수정 2017-03-05 16:33
세계 최대의 폭포, 남미 이구아수

하루면 양국 모두 즐길 수 있어 어디든 광대한 물줄기 위용에 압도
코아티·이구아나 등 희귀 동물도



남미와 관련된 행사에 초대받거나 남미에 대한 강연을 시작할 때면 늘 꺼내는 말이 있다. ‘여행을 영화로 비유한다면, 남미는 초대형 블록버스터입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중미와 남미를 아우르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지구상에서 가장 웅장하고 압도적인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의구심은 집어넣으시라. 이래봬도 6대륙 세계 곳곳을 다 찍어본 여행자니까. 그중에서도 압도적이다 못해 주눅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자연경관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감탄사마저 몽땅 집어삼켜 버리는 곳, ‘이구아수 폭포’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물줄기, 이구아수

‘세계 3대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아프리카의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 자리 잡은 빅토리아 폭포,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를 꼽는다. 크기로만 치면 이구아수 폭포는 그중에서도 당당히 1등이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인 것이다. 직접 보지 않고는 그 규모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폭포 면적이 여의도의 600배가 넘는다. 너비가 약 3㎞에 달하고 그 안에 270여개의 폭포가 이어지며 폭포의 평균 낙차도 70m에 이른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국을 오가며 그 장엄한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폭포의 위용 앞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폭포 물줄기는 폭포에서부터 23㎞ 떨어진 브라질의 대도시 쿠리치바(Curitiba)에서 시작된다. 쿠리치바에서 발원된 이구아수 강은 브라질 동부 지역 500㎞ 이상을 훑은 뒤 아르헨티나 국경에 접해있는 파라나 강과 만나며 소용돌이로 변한다. 국경 지대의 큰 낙차에 의해 형성된 이구아수 폭포는 비단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폭포 부근에 터를 잡고 살았던 원주민들에게도 놀라움 그 자체였나보다. ‘이구아수’는 영화 ‘미션’에도 등장하는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족의 언어로 ‘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어느 쪽에서 즐겨도 후회가 없는 곳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다. 당연히 양측 모두 이구아수 폭포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똑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중 어느 나라에서 보는 폭포의 모습이 더 멋질까? 하지만 이런 고민은 딸기맛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맛 아이스크림 중 무엇이 맛있을까. 하는 고민과 다를 바가 없다. 이구아수 또한 아르헨티나에서 즐기든 브라질에서 즐기든 모두 환상적이다. 설사 시간이 단 하루만 허락된다 하더라도 양국의 협의로 입출국이 간소화돼 있기에(게다가 폭포 관광의 거점이 되는 양쪽 도시의 거리는 10㎞ 남짓이다.) 서두르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양쪽 모두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상파울루=글·사진 태원준 여행작가 sneedle@naver.com

다만 양쪽 국립공원 특징은 다르다. 아르헨티나에선 폭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폭포를 눈앞에서 구경할 수 있는 반면, 브라질에선 폭포를 먼발치에 두고 광활한 이구아수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양측에서 제공하는 차량도 다르다. 워낙 큰 규모의 국립공원이라 도보로 구석구석을 훑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폭포의 주요 포인트마다 차량이 오가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오픈형 기차가, 브라질에선 2층버스가 부지런히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이 밖에도 양 국가에서 꾸며놓은 트레킹 코스와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등이 모두 다르니 기왕 이구아수를 방문했다면, 없는 시간을 쥐어 짜내서라도 양쪽 모두를 즐기는 것이 좋다.

보트 타고 폭포속으로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아르헨티나 쪽에선 ‘푸에르토 이구아수’라는 마을이 폭포 관광객의 집결지라 할 수 있다. 브라질 쪽의 ‘포스 두 이구아수’가 제법 큰 도시라면 푸에르토 이구아수는 폭포 관광을 위해 조성된 작은 마을에 가깝기에 물가가 싸고 숙소도 저렴한 곳이 많다. 그런 이유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몰린다.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문자 센터가 나오고 그 바로 앞에 서있는 거대한 지도에 트레킹 코스와 주요 폭포까지의 접근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지도 사진을 찍어두면 관람 시 편리하다. 국립공원의 입구에서부터 폭포까지는 코끼리 열차처럼 생긴 깜찍한 기차가 이구아수 폭포의 핵심지역을 오간다. 입장권에 기차이용료가 포함돼 있으니 기차가 보이면 언제든 부담 없이 올라타면 된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내려 폭포로 다가가게 되는데 산책로도 워낙 잘 조성돼 있는데다 폭포의 굉음 자체가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길을 잃은 염려는 전혀 없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잘한 폭포가 굽이치는 다리를 산 마르틴 섬이 강 위로 불쑥 튀어나와 있고, 그 뒤로 폭포가 보인다. 하나의 물줄기가 아닌 수십 개의 물줄기가 마치 커튼처럼 장막을 치고 쏟아져 내린다.

폭포를 피부로 체험할 수 있어

산책로 데크가 폭포까지 계속 이어져 있어 폭포의 코앞까지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으로 인해 청력이 마비되고, 거친 물보라로 인해 시각이 마비될 듯한 고통이 찾아오지만 그마저도 신기한 경험이라 넋을 잃고 폭포와 물아일체가 되는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이쯤 되면 폭포를 구경하는 수준이 아니라 체험하는 수준이라 표현해도 될 것 같다. 말뿐만이 아니라 아예 진짜로 폭포를 피부로 체험할 수도 있다. 브라질 쪽엔 없는 보트투어가 아르헨티나 쪽에는 존재한다. 보트를 타고 산 마르틴 섬을 지나 산책로에서 보았던 폭포 커튼 안으로 빨려드는데, 깔려 죽을 정도로 큰 폭포로 가는 건 아니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탑승자들에게 겁을 주며 폭포 부근만 알짱거리는 보트는 제대로 된 경고방송 한 번 없이 갑작스레 폭포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머리 위로 물 폭탄이 떨어지고, 보트는 널뛰기를 하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대혼돈이 찾아온다. 이때만큼은 폭포의 굉음소리보다 세계 각국의 비명소리가 훨씬 크게 들린다. 조금 더 거대한 물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갈 땐 뺨 위로 떨어지는 수만개의 물방울에 양쪽 뺨이 얼얼할 정도다. 비록 폭포를 체험한 건지, 폭포에 두들겨 맞은 건지 헷갈리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보트 투어가 아닐까 싶다.

대자연의 모습을 한눈에 브라질의 이구아수

브라질 쪽의 이구아수 폭포를 만나기 위해선 ‘포스 두 이구아수’라는 도시에 짐을 풀면 된다. 이 지역에서도 꽤 큰 도시라 쇼핑을 즐기기도 좋고 리조트나 고급호텔부터 호스텔까지 잘 갖춰져 있다. 이구아수 폭포 자체가 브라질 쪽으로 더 치우쳐 있고 폭포 숫자도 더 많기 때문에 국립공원의 크기도 아르헨티나보다 세 배 이상 크다.(브라질 약 17만헥타르, 아르헨티나 약 5.5만헥타르) 그런 이유로 국립공원 자체가 열대우림이라 봐도 무방하다. 과라니족에 빙의돼 대자연을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폭포 주변을 자전거와 도보, 카약 등을 혼합해 다니는 자연 체험 트레일 투어까지 있을 정도다. 폭포도 폭포지만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며 산책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너구리과의 동물 ‘코아티’는 생긴 건 무척이나 순해 보이고 귀엽지만 떼로 몰려다니며 관광객의 간식을 털어가니 주의해야 한다. 이구아나와 도마뱀 등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는 물론 거대한 부리를 가진 남미의 스타 ‘투칸’과 야생조류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세계적인 희귀종인 자이언트 수달이나 개미핥기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브라질에선 시티투어버스와 똑같이 생긴 2층 버스를 운행한다. 2층에 타면 창문 없이 뻥 뚫려 있을 뿐 아니라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마치 오픈카를 타고 정글을 탐험하는 느낌까지 든다. 산책로가 국립공원 전체에 구석구석 연결돼 있어 굉장히 다양한 각도에서 폭포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보트 투어를 아르헨티나에서만 할 수 있다면 헬기 투어는 브라질에서만 가능하다. 10분 비행에 우리돈 20만원에 가까운 거금을 들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폭포를 공중에서 보고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으니 충분한 값어치는 한다. 이구아수 폭포와 남미 최대의 댐인 이타이푸 댐,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의 국경이 만나는 지점까지 훑을 수 있는 헬기 투어도 있다. 가격은 비싼 편이다.

이구아수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

이구아수 270여개의 폭포 중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이름을 가진 폭포다. 아르헨티나 쪽에선 산책로와 이어진 데크를 통해, 브라질 쪽에선 엘리베이터를 갖춘 전망대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악마의 목구멍은 이구아수 폭포에서도 가장 굵직한 12개의 폭포가 모여 떨어지는 U자형 폭포인데 길이가 700m, 폭은 150m에 달한다. 폭을 기준으로 폭포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는 데만 2분 정도 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기세로 쏟아지는 광대한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 그 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누구라도 꼼짝없이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모습에 지구의 종말은 바로 이런 분위기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든다. 더 나아가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악마의 목구멍에서 악마의 혓바닥이 튀어 나와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빨아들일 것만 같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추락한 물고기는 엄청난 충격에 대부분 기절하거나 죽는다고 한다. 어떤 의미로서든 이구아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남미가 초대형 블록버스터이고 이구아수가 그 영화의 하이라이트라면 악마의 목구멍의 그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도 절정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상파울루=글·사진 태원준 여행작가 sneedle@naver.com

▷여행 정보

한국에서 아르헨티나까지의 직항편은 없고 브라질은 상파울루가 유일하다. 상파울루에서 이구아수 폴스(Iguazu Falls, IGU) 공항까지 매일 국내선이 운항된다. 약 1시간40분 정도 걸리며 가격은 보통 15만~20만원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국립공원~푸에르토 이구아수 버스터미널에서 폭포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거의 20분마다 한 대씩 출발한다. 약 30분 걸린다. 브라질 이구아수 국립공원~포스 두 이구아수 시내버스터미널에서 공항을 거쳐 폭포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한다.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내 곳곳의 버스 정류장에서 120번 버스를 타도 된다. 푸에르토 이구아수(아르헨티나)와 포스 두 이구아수(브라질)를 잇는 버스도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