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골적인 '사드 보복'] 4년 전 중국의 '센카쿠 보복'…꿋꿋이 버텨낸 일본 '전화위복'

입력 2017-03-03 17:20
수정 2017-03-04 05:20
반일시위·불매운동·관광통제
외교·경제·교류제한 등 공세

일본, 희토류 수입처 다변화 등 2년 만에 대중(對中) 관계 정상화


[ 도쿄=서정환 기자 ]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겪은 일본은 중국의 경제보복을 꿋꿋이 버텨내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2012년 9월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중·일관계는 급속히 나빠졌다. 2010년 센카쿠열도에 침범한 중국 어선을 나포한 뒤 삐걱거리던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계기였다.

중국 정부는 군사·외교적 압박과 경제 보복, 인적교류 중단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각지에서는 반일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대(對)중 수출은 타격을 입었다. 도요타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12년 9월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데 이어 10월(-44%), 11월(-22%), 12월(-16%)에도 줄줄이 감소했다. 2012년 일본 전체 대중 수출은 11조6000억엔(약 117조원)으로, 전년 대비 10.8% 줄었다.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 10월과 11월 전년 동기 대비 34.3%, 43.6%씩 급감하기 시작해 2013년엔 전년 대비 7.8% 줄었다.

일본 정부는 중국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외무성 당국자와 사무차관, 외무상이 잇달아 분쟁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섰다. 노다 총리는 유엔 총회에서 “센카쿠열도의 법적 해결”을 강조했다. 미국을 중재자로 끌어들이는 외교적 노력도 기울였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2012년 6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2년 뒤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 사이 일본 정부는 희토류 수입처를 인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다변화했다.

재계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 조 후지오 도요타 회장 등 일중경제협회 지도부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 고위인사와 면담했다. 경영 측면에서는 중국 사업의 동남아시아 이전이나 투자 축소 등으로 대응했다. 중국에 진출한 2만3000여개 일본 기업의 실적 부진은 중국 내 고용과 소비 부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꽁꽁 얼어붙었던 중·일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2년 만인 2014년 9월 양국 외교부 부국장급을 대표로 하는 해양협의를 열며 대화채널을 재가동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2014년 11월부터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2014년 일본의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6% 늘었고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83.3%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의 4배를 넘는 637만여명으로 불어났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2013년 친미 성향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다. 중국은 즉시 바나나, 망고 등 수입 금지 조치로 대응했다. 필리핀은 승소했지만 중국에 판결 이행을 압박하는 대신 경제 지원을 요구하며 친중 노선을 걷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