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中 사드 보복에 창백해진 면세점, 무덤덤한 카지노?

입력 2017-03-03 11:16
수정 2017-03-03 11:37
[ 김은지 기자 ]
"면세점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카지노엔 비교적 선선한 바람 불 것"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국내 증시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종별 영향을 재점검하는 증시 전문가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면세점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카지노와 유통업은 사드에도 선방하리란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최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 한국 여행 상품에 대한 온·오프라인 판매를 전면 중단할 것을 구두로 지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을 확정한 데 따른 보복으로 풀이된다. 중국 네티즌은 물론이고 관영 매체까지 롯데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불매운동에 이은 여행 금지령은 수도 베이징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 당국이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이어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를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중국의 보복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띨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택한 한국의 행보는 매우 손쉬운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12년 일본이 중국과의 영토문제가 불거졌을 때 겪었던 중국 내 수모를 한국이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중국인 단체 관광객 급감…면세점·화장품 업계 울상

사드 보복의 칼 끝이 롯데를 겨냥하고 있지만 울상을 짓고 있는 건 면세점,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여행 금지령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내 면세점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업황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전개됐다"며 "화장품 업종 내에서도 브랜드를 지닌 업종은 면세점 채널의 성장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 중단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9%, 13% 가량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인이 주고객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비상장사인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 DF가 대표적이다"며 "중국인 입국자 수가 감소하면 이들 면세점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여행상품 판매 금지…中 방문객 60% 이상 영향"

중국의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로 전체 중국인 방문객의 60%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개별여행으로만 가능해진 탓이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방문객은 패키지와 개별 여행(FIT) 방문객이 4.5대 5.5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며 "자유여행 상품이 제한되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중국인 방문객의 60%이상이 여행 제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행업에도 그늘이 드리웠지만 회사별 체감 정도는 달라 보인다. 유 연구원은 "하나투어는 면세점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시내면세점 방문객의 절대 다수(80~90%)를 차지하는 중국인 여행객의 감소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면서도 "모두투어는 상대적으로 중국인 관련 노출도가 적어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카지노, 실수요에 큰 연관 없어…비교적 덤덤한 분위기

반면 카지노업은 사드 보복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패키지 여행객 제한이 카지노의 실수요에 큰 연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드 영향을 받을 계층은 카지노의 실수요층인 '두커(賭客)'보다 패키지여행 위주의 '유커(遊客)'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드로 인해 투자심리가 불안하면 오히려 이를 비중확대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유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남옥진 연구원은 "유통업체 실적 대부분이 국내시장에서 발생하고 국내 실적에서 중국인의 실적 기여도가 매우 낮다"며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유통업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사드 보복이 롯데그룹 성장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남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지난해 중국 매출비중은 약 6%로 중국 사업의 영업손실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롯데쇼핑의 중국사업은 현재 구조조정 단계로 앞으로 수년간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신규출점계획이 없어 롯데쇼핑의 성장계획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중국 내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매출 부진으로 인한 영업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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