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사드 보복
여행사들에 "모집 중단" 지시
중국, 자유여행·크루즈 관광까지 막아
노골적 사드 보복…과거 일본·대만과 분쟁 때도 유사 조치
롯데면세점 홈피 한때 마비
중국 학회, 롯데호텔 예약 취소
[ 베이징=김동윤/배정철 기자 ]
중국 정부가 2일 한국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할 것을 베이징의 주요 여행사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관광뿐 아니라 일반 여행상품까지 직접 규제하는 방식으로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전면 금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사무소와 중국 현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은 이날 베이징의 상위 20여개 여행사 관계자를 불러 한국행 여행상품을 판매하지 말 것을 구두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 여행사에 한국행 관광객 모집을 즉각 중단하도록 하고, 이미 계약된 관광상품은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관광상품 광고를 중단할 것도 주문했다.
취급 금지 대상은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모든 한국행 여행상품이다. 단체관광은 물론 자유여행이라도 온·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
한국관광상품 판매 금지 조치는 수도인 베이징을 시작으로 지역별 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720만명이며 이 중 중국인이 804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중국 정부가 여행사에 한국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면서 중국인의 한국관광은 개별적으로 항공권을 구입하고 호텔을 예약한 뒤 자유여행하는 방법으로만 가능해진다. 여행사를 통해 숙박과 항공편을 예약하기는 어렵다. 크루즈 관광도 규제 대상이다.
중국 정부의 특정국에 대한 관광 전면금지 조치는 2011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분쟁 때도 있었다. 당시 중국은 일본행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켰고 중국 여행사들은 1년 가까이 일본행 관광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중국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는 “과거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때 일본관광이 전면 금지됐고, 타이완 차이잉원 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만관광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관광 금지로 여행사와 항공사들이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앞서 국가여유국은 지난해 10월 저가 단체관광을 근절한다는 이유로 올 4월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전년보다 20% 줄이고 쇼핑 횟수를 1일 1회로 제한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바 있다. 1월엔 중국 민항국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가 중국인 관광객 운송을 위해 신청한 한국행 항공 부정기편에 대해 불승인 통보했다.
한편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이날 해킹 공격으로 한때 마비되면서 중국 측의 보복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 관계자는 “오후 한때 모든 PC와 모바일에서 면세점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며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에 의한 해킹이 유력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3시간여 동안 마비된 사태는 디도스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서버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로부터 디도스 공격이 맞다고 확인했다”며 “수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상사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경북 성주의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의하자 중국 측이 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1일 중국 온라인 사이트 징둥닷컴이 롯데마트관을 폐쇄한 데 이어 호텔롯데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의 싱크탱크 차하얼학회가 방한 기간에 롯데호텔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하얼학회 대표단은 롯데 계열사와 관련한 소비 활동을 모두 보이콧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배정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