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이 곧 나라다"라는 말

입력 2017-03-01 17:48
윤성갑 < 전 아경산업 대표 >


미국 언론들은 삼성의 총수 구속 사태에 대해 ‘뜨거운 전기그릴 위의 삼성’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감정의 허위가 난무하는 미국 소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를 빗댄 말이다.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탐구하고 있는 중요 기업인을 땡처리하듯이 감옥에 보낸 사실에 이웃 나라 경쟁업체들은 내심 비웃으면서 박수를 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조치가 삼성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익을 손상시킬까 우려된다.

때마침 전 주한일본대사의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칼럼을 대하고서는 굉장히 불쾌했지만 한국인들은 가치와 인정이 오가는 다리와 광장을 쉽게 단절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일부 공감했다. 다만 기업인에 대해 우리 법엔 신뢰와 정의를 포괄하는 ‘피데스(fides)’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업이 곧 나라다”라는 말을 강조한 적이 있다. 또 2013년 라스베이거스 전자쇼 CES를 깜짝 방문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삼성의 모바일 기술이 저개발국가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고 극찬한 적이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선 사람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말을 본보기 삼아 기업가정신을 후퇴시키는 언행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업은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인들은 평생 노심초사에 시달린다. 자나깨나 회사 걱정이고 심지어 화장실에 가서도 난관을 어떻게 풀 것인지 고심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선진국에선 지방세를 납부한 기업인에게 구청장이 감사 편지와 극장표 두 장을 보내준다고 한다. 그렇게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지는 못할망정 주요 기업인들을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 올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픈 가슴을 안기고 2월에 떠나간 시인 두 분이 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줘’ 노래를 품고서 후쿠오카 감옥에서 순국한 윤동주 시인과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이날에야’ 시를 남긴 청마 유치환이다. ‘이날에야, 어둡고 슬픈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한 가지 의젓한 뜻으로 온통 일깨 날 순 없는가.’ 사면초가에 처한 기업인들이 의젓하게 일깨 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응원을 염원한다.

윤성갑 < 전 아경산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