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 '해빙'을 말하다①] "'친절한 성근씨'가 좋았다"

입력 2017-02-27 17:55
수정 2017-02-27 18:12

[ 오정민 기자 ]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영화 '해빙'에서 김대명은 선한 웃음을 띤 정육식당 사장 '성근'으로 분해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내과의사 변승훈(조진웅 분)에게 비친 성근은 친절한 집주인과 서늘한 감시자란 두얼굴을 가진 인물.

27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명은 "극중 의도나 목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성근이 좋았다"며 "감독님들이 (제 얼굴에) 여러가지 색을 입혀줘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해빙'은 한강에서 목이 잘린 시체가 떠오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 신도시를 배경으로 비밀과 맞닥뜨린 의사 변승훈(조진웅 분)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스릴러물이다. 계약직 내과의 변승훈은 세 들어사는 집의 정노인(신구 분)이 수면내시경 중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듣고 집주인인 정육식당 부자를 의심하게 된다.

드라마 '미생'의 '김대리'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대명은 정노인의 아들이자 집주인인 성근을 친절하지만 왠지 모를 서늘함을 담은 인물로 그려낸다.

실제로 만난 김대명은 친숙한 '동네 형'의 분위기를 풍겼다. 인터뷰 내내 기자의 말을 필기하며 옅은 미소를 띄고 답하는 모습이 거래처를 대하는 김대리를 연상시켰다.

그는 "정형화된 이미지의 얼굴이나 목소리가 아니어서 그런지 감독님들이 (제 얼굴에 이미지를) 덧입히는 게 재밌는가 보다"고 말했다.

배우로서는 "주위의 삶을 잘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모두의 옆에 있을 법한 인물의 삶은 어설프게 표현하면 되레 거짓말이 들통하는 까다로운 배역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판도라'에서는 재난 현장에 뛰어든 원자력발전소 직원, '내부자들'에서는 기자 역을 맡아 직업인의 모습을 자연스레 그려냈다.

장기적인 목표를 묻자 그는 "쓸모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의외로 꼽히던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 출연 이유 역시 "최근 '헬조선'이란 단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가 힘들었는데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평소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식으로 다 내려놓고 사는 편"이라며 "게이지를 '0'으로 맞춰놓지 않으면 연기할 때 힘이 들더라"며 웃음지었다.

대화를 나눌 땐 스크린상과 달리 덩치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일어서자 흠칫 놀랐다. 키가 180cm라고 한다. 왠지 성근의 선한 미소에 속은 기분이다.

한편, '해빙'은 데뷔작 '4인용 식탁'으로 시체스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시민 케인상)을 받은 이수연 감독이 14년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글=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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