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이 열렸다. 이제 탄핵심판은 선고만을 앞두게 됐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분간 적잖은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탄핵 찬반 양쪽 모두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날 경우, 승복하지 않을 기세여서다. 정치권, 특히 차기 대권주자라는 사람들 역시 정치 안정보다는 이번 혼란을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돌이켜 보면, 이런 극도의 정치 혼란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회 탓이 아니라 최순실 고영태 일당의 국정농단과 이를 방조 내지는 적극 도와준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주변인의 비리와 비행이 일부 드러났다고 바로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회는 일부 언론의 기사와 심증만으로 서둘러 탄핵을 의결했다. 이른바 ‘선 소추, 후 증거수집’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과정을 밟은 것이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회는 국정농단을 전제했고, 검찰 기소장에도 빠진 대통령 뇌물죄를 소추서에 적시한 것도 국회다. 더욱이 이번 사건과 관련도 없는 세월호 사건을 탄핵 사유로 끼워넣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정치적 목적과 광장의 민심을 등에 업고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국회 독주의 전형이다.
만약 헌재가 이런 위법 부당한 탄핵을 인용한다면 앞으로 대통령 탄핵은 상시화될 것이다. 향후 누가 대통령이 돼도 마찬가지다. 집권 후 얼마 안 가 어떤 이유로든 국회 맘에 안 들면 이런 저런 이유로 탄핵은 계속될 것이다. 국회에서는 증오와 복수와 탄핵의 정치가 구조화되고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고 사회 혼란은 그치지 않게 될 게 뻔하다.
무소불위로 입법을 남발하고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위법적 탄핵까지 감행하는 국회다. 이런 폭주기관차와도 같은 국회 개혁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게 안 되면 다음 대통령 역시 탄핵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