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삼성 뇌물죄' 매달리는 특검

입력 2017-02-26 18:38
수정 2017-02-27 07:00
특검, 28일 사실상 종료

이재용 부회장 7번째 소환…구속 이후에만 다섯번 불러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도 조사

수사기간 연장 불발 대비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27일 무더기 기소 가능성


[ 박상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 씨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사진)팀의 수사가 종착역을 코앞에 두고 있다. 수사 기간 만료를 이틀 앞둔 26일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와 청와대 ‘비선 진료’ 의혹 등 막판 수사에 전력을 기울였다. 특검 활동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특검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10여명을 27일 무더기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총 13명을 기소했다.

◆이영선 행정관 구속영장 청구

이날 특검팀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부회장이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받은 것은 지난 17일 구속 이후 다섯 번째다. 최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공범으로 입건됐다.


특검팀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구속영장도 이날 청구했다.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 등)를 받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 등 정식 의료진이 아니라 ‘비선 의료진’이 청와대를 드나들 수 있도록 도운 의혹이다. 이 행정관은 차명폰 70여대를 개통해 청와대에 제공한 혐의도 있다. 그는 군대 후임이 운영하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차명폰을 개통한 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제공(전기통신사업자법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특검팀은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의 특혜성 승진 의혹과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1월 독일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 한 달 만에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으로부터 인사 부탁 전화를 받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인사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등 10여명 일괄 기소 예정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특검 역사상 유례 없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 최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 5명을 구속했다. 아울러 ‘비선 진료’에 연루된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구속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뇌물죄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뇌물 수령자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한 데다 이 부회장도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27일 나머지 수사 대상을 일괄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최씨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이 밖에 SK, 롯데, CJ 등 삼성 이외의 대기업 수사는 관련 자료를 서울중앙지검에 넘길 예정이다. 또 법무부와 잔류 파견 검사 규모 등에 대한 협의가 끝나는 대로 특검팀 활동 기간 종료 이후의 효과적인 공소 유지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