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음주에 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7-02-26 17:50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2011년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15세 이상 한국인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14.8L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해당되며 1인당 알코올 소비량도 증가 추세다. 이처럼 ‘술 권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여러 가지 술에 대한 속설을 믿고 그에 따라 음주하는 경향이 있다.

폭탄주는 더 빨리 취한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 5도 정도의 맥주 한 잔에 40도 정도의 양주 한 잔을 섞은 것이 바로 폭탄주인데 이렇게 섞어 놓으면 알코올 농도는 15도 전후가 된다. 일반적으로 도수가 높은 술은 위장관을 더 자극해서 흡수율이 낮다. 하지만 양주와 맥주를 섞어 도수를 낮춘 폭탄주는 알코올 흡수율이 상승하게 된다. 알코올이 빨리 흡수되면 혈액 내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증가해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도수가 낮은 술부터 마시면 덜 취한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 숙취의 정도는 알코올 양에 비례한다. 약한 술이건 독한 술이건 알코올 도수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양이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정상인의 간이 24시간 동안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은 소주 3병 혹은 맥주 16병가량이다. 하지만 술에 약한 사람은 적은 양으로도 숙취에 시달릴 수 있다. 숙취 정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분해효소인데 이 효소가 적은 사람은 숙취에 더 시달리는 것이다.

체격이 건장한 사람들이 술을 잘 마신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 이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술을 마시면 흡수된 알코올이 혈중에서 수분이 존재하는 신체조직과 체액으로 확산된다. 체격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대체로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신체조직과 체액의 수분량이 많다. 그래서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게 되면 체격이 작은 사람보다 알코올 혈중 농도가 상대적으로 덜 상승해 체격이 큰 사람이 주량이 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주량은 체질과 유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100% 맞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건강하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사실일까? 간에는 알코올을 해독하는 효소가 존재한다. 이 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술을 조금만 먹어도 알코올이 잘 분해되지 않고 몸에 축적돼 얼굴이나 피부가 금방 빨개지는 것이다. 따라서 술을 먹고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효소를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 건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