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고의과실 땐 최대 3배 배상 책임
[ 은정진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품 생산자의 고의 과실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담은 제조물책임법 개정안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이날 통과된 제조물책임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품 생산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혔을 때 제조사에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제조물책임법에는 제품의 원료 공급업자가 피해자에게 제조업자를 알리지 않으면 공급업자도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아울러 정무위는 가맹 본부에서 가맹 사업자에게 보복 조치를 하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도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날 통과시킨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은 제조사에 징벌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실제 소비자의 피해액만큼만 배상하도록 돼 있다.
또 제품 공급업자가 피해자에게 제조 결함을 알리지 않으면 공급업자도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들어갔다. 제조사와 유통회사 양쪽에 모두 책임을 물리는 셈이다. 현행법에서는 제조업자의 손해배상 책임만 규정하고 있다. 제조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가볍게 한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손해가 발생하면 이미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다고 추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인 옥시가 제품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조직적으로 감추고 판매해 사용자들이 중증 폐질환을 앓고 목숨까지 잃게 한 사건이 터진 이후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자칫 과잉 규제가 될 수 있고,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제조물책임법에 이어 다른 법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징벌적 배상제가 아니더라도 법원의 위자료 청구권 등 보완할 방안이 있다는 것도 재계가 개정안에 반대한 이유다. 위자료 청구권이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실제 피해 금액 외에 추가적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