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넘사벽 자동차 만들자"…정몽구의 집념, BMW·혼다 제쳤다

입력 2017-02-23 19:15
미국 JD파워 내구성 조사…현대차 3위·기아차 6위

1999년 회장 취임 직후 '품질경영'…"3년 지나면 독일 자동차와 차이난다"
의구심 날리고 내구성 최고 성적…3위 현대자동차 앞엔 도요타·뷰익뿐

협력사와 '품질 클러스터' 구축…매년 생산기지 돌며 현장 경영


[ 강현우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장조사업체로 꼽히는 JD파워의 2017 내구품질지수(VDS) 평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나온 2016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 기아차가 1위, 현대차가 2위에 오른 데 이은 쾌거다.

JD파워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VDS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25포인트 개선된 133점을 기록, 19개 일반 브랜드 중에서 혼다와 쉐보레 등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58점으로 9위였다. 기아차는 148점으로 6위에 올랐다. 작년(153점·7위)보다 한 단계 상승했다.

◆신차 평가 이어 내구성에서도 최상위

지난해 JD파워 IQS에서 기아차가 1위, 현대차가 3위를 차지했을 때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앞서 작년 2월 JD파워의 VDS에서 현대차가 9위, 기아차는 7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3년 지나면 독일·일본차와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IQS 성적이 2014년부터 좋아졌고, 당시 신차들이 3년이 되는 2017년에는 VDS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2017 VDS 결과를 보면 현대·기아차의 설명이 근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개 일반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는 3위, 기아차는 6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차 앞에는 일본 도요타(1위)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뷰익(2위)밖에 없다. 4위는 GM 쉐보레, 5위는 일본 혼다였다. 독일 폭스바겐은 공동 10위에 그쳤다. 다른 일본 브랜드인 스바루(공동 10위), 마쓰다(12위), 닛산(13위), 미쓰비시(14위) 등은 기아차보다 아래였다.

2017 VDS는 2013년 9월~2014년 2월 미국에서 차량을 사서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 3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지난 1년간 177개 항목에 걸쳐 100대당 몇 개의 불만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다. 지수가 낮을수록 품질이 높다는 의미다. 차량 구입 후 90일 이내 품질 만족도를 조사하는 IQS와 함께 신차 구매 시 주요 참고 지표로 쓰인다.

현대차의 VDS 순위는 2011년 3위까지 올라갔지만 2010년 미국에서 출시한 주력 모델 YF쏘나타 등에서 블루투스와 내비게이션 관련 불만이 제기되면서 2014년에는 16위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 9위, 올해 3위까지 회복했다. 기아차도 1세대 K5의 미국 출시 5년째인 2015년 15위까지 내려갔다가 회복하는 추세다.

◆독일·일본차들 제쳐

일반차 19개, 고급차 12개 등 31개 전체 브랜드 순위에선 현대차가 6위, 기아차가 11위를 차지했다. 작년에 비해 현대차는 19위에서 13계단, 기아차는 17위에서 6계단 뛰었다. 렉서스와 포르쉐가 전체 공동 1위를 차지했고 도요타·뷰익·메르세데스벤츠가 현대차보다 위에 있다. BMW, 쉐보레, 혼다, 재규어가 7~10위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품질 순위가 지속 상승하는 것은 정몽구 회장이 2010년부터 제시한 품질 고급화 전략의 결과”라고 말했다. 결함을 줄이는 ‘품질 안정화’에 주력하던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품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1999년 회장 취임 직후 ‘품질 경영’을 내세웠고 그 방침을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판매하는 차량의 문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개발 중인 차량을 엔지니어들과 함께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품질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09년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 회장은 협력사와 함께 품질을 검증하는 ‘품질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협력사에서 좋은 부품을 제공받지 못하면 완성차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매년 명절과 여름휴가 기간 등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생산기지를 돌며 현장 경영을 하고 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윤준모 현대위아 사장 등 주요 부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생산기술 전문가를 임명한 것도 품질관리라는 기본부터 충실하자는 정 회장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