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펭귄
빌 비숍 지음 /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84쪽│1만5000원
[ 고재연 기자 ]
펭귄은 늘 무리 지어 이동한다. 수만 마리의 펭귄 떼가 빙판을 종종거리며 걸어 다니는 모습은 장관이지만, 이런 궁금증도 생긴다.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서로를 알아볼까.’
캐나다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빌 비숍 비숍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오늘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제품 및 서비스 제공자들이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비숍은 “조금 더 몸집이 크고, 조금 더 날쌘 펭귄이 되는 것으로는 차별화가 될 수 없다”며 “기존의 것들과 완전히 다른 ‘빅 아이디어’와 새로운 ‘패키징’으로 무장한 핑크색 펭귄이 돼야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숍커뮤니케이션즈의 마케팅 전략과 노하우를 담은 책 제목이 《핑크펭귄》인 이유다.
저자는 먼저 ‘빅 아이디어’를 위해 고객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변혁적 성공’이다. 따라서 피트니스센터 운영자라면 길 건너편 경쟁 업체에 비해 연회비를 싸게 낮추는 것보다 고객들이 건강하고 멋진 몸을 만들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변혁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게 우선이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자신을 상상하며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저자는 또 “성공을 향한 마지막 5%는 ‘패키징’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137㎏의 체중을 6개월 만에 59㎏으로 줄인 진 니데치라는 여성이 있었다. 그는 집에서 소규모 다이어트 모임을 열면서 참가자들에게 월 회비로 5달러씩을 받았다. 하지만 패키징 전문가가 니데치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웨이트 워처스’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 사업화하자 전 세계로 확산됐고, 이 사업은 3억6000만달러에 하인즈(Heinz)에 인수됐다.
패키징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은유와 비유를 활용한 ‘갈고리(hook)’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얼핏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단어로 자신의 서비스를 설명해 보라는 것. ‘핑크펭귄’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