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마음 흔드는 '금융판 쉑쉑버거'

입력 2017-02-22 20:00
수정 2017-02-23 10:57


(김은정 금융부 기자) 인지도 높은 연예인, 어학원 수강증 할인권, 우대금리 쿠폰…. 은행들이 새로 출시한 금융상품 홍보를 위해 선택하는 마케팅 수단들입니다. 능동적인 소비자들이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은행 인터넷 홈페이지나 각종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를 꼼꼼하게 살펴 ‘매력적인’ 금융상품을 찾아내지만 하루하루 업무에 치여 사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아무래도 이런 저런 광고에 의존해 금융상품을 접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도 신(新)상품이나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마케팅 수단은 이른바 ‘입 소문’입니다. 굳이 금융상품이 아니더라도 음·식료 제품이나 문화 공연 등에 있어서도 소비자들의 입 소문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써봤더니 좋더라’ ‘가봤더니 만족스럽더라’ 식의 얘기만큼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 없으니까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나 구전 마케팅(word of mouth)으로도 불리는데 최근 특징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도 적극 활용되고 있고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잘만 활용하면 큰 비용 없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금융상품을 알리거나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은행 중 한 곳은 KEB하나은행입니다. 대표적인 수혜 상품이 ‘하나머니세상 적금·정기예금’입니다. 이 상품은 금리와 세금을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의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게 특징입니다.

예금 금리를 하나멤버스 포인트인 하나머니로 적립하는 데 동의하고, 하나카드의 원큐카드(신용·체크)를 상품 가입 후 4개월 이내 10만원 이상 사용하면 우대금리를 주고, 예금의 이자소득세액만큼 하나머니로 적립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대 연 2.24%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적금도 만기 때 이자의 원천징수세만큼을 하나머니로 적립해주기 때문에 최대 연 3.3%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정 기간만 취급하는 특별 판매 상품입니다. 예금 금리가 연 1%대 초반으로 주저앉은 상황이라 0.1%포인트 금리 차에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인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금방 입 소문이 났습니다. 지난 6일 출시 이후 10일 만에 5만명 이상이 이 상품에 가입했을 정도입니다. 대부분 모바일뱅킹을 통해서죠.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1년 만기 정기적금에 연 3%의 특별 금리를 주는 쿠폰을 무료로 판매했습니다. 빠른 입 소문으로 3만개가 넘는 쿠폰이 금세 동났답니다.

KB금융그룹도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KB금융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 리브 메이트 광고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조회수가 5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광고를 방영한지 3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한 달 전 막 내린 tvN 드라마 도깨비의 높은 인기도 한몫했습니다. 도깨비에서 열연한 배우 이동욱과 유인나가 리브 메이트 광고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광고에는 이들이 경쾌한 배경 음악에 맞춰 일상 생활 속에서 리브 메이트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두 배우는 광고 모델로 최종 결정된 후 직접 리브 메이트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광고 촬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깨비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KB금융 광고를 자발적으로 찾아보면서 유튜브 등을 통한 조회수가 연일 치솟은 겁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광고가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도깨비의 에필로그로 해석된 점이 단기간에 인기몰이를 하게 된 배경으로 해석된다”며 “다음달에는 후속 광고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시중은행 한 브랜드전략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 상륙해 큰 인기를 모은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이른바 쉑쉑버거)이 바이럴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SNS 콘텐츠는 입 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마케팅 대상을 정확하게 공략해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잘 전달하면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권에도 한동안 이같은 마케팅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네요.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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