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수사결과 발표
"작년말 대사관 부임 때부터 특별임무 받고 암살 작전 짜"
칼리드 청장, 평양 간 4명도 신병 인도 북한에 요청
[ 이상은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연루됐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 평양으로 건너간 네 명의 용의자 신병을 인도해 달라고 북한에 요청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섯 명의 북한 국적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 다섯 명 중 네 명(이지현·홍송학·오종길·이재남)은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신병 인도를 북한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추적 중인 나머지 한 명은 이지우(30)라고 특정했다.
칼리드 청장은 추가 용의자 두 명을 공개했다. 북한대사관을 통해 대사관 소속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두 명에게 사건과 관련한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에게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할 이유와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말레이시아 고위 정보관리를 인용해 “현광성이 전체 음모의 감독자”라고 보도했다. 그의 역할이 “음모를 감독하고 대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며, 그가 대사관에 숨어 있다”는 내용이다.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도 현광성이 작년 말 북한대사관으로 부임해 올 때부터 특별 임무를 부여받고 암살작전을 짠 것으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광성이 대사관에 숨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를 체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등재된 정식 외교관인 그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주재국 민사·형사 관할권에서 면제되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칼리드 경찰청장은 “(현광성과 김욱일) 두 용의자가 출석을 원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체포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드 청장은 체포된 베트남인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 두 여성이 “장난인 줄 알고 이번 공격에 참여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은 (공격 직후) 손을 들고 이동해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며 “독성이 있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여성은 그(김정남)의 얼굴을 맨손으로 쓸었다. 그 전에 네 명의 용의자가 여성들에게 액체를 줬다”며 “사망자의 얼굴에 바를 목적으로 손에 액체를 바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칼리드 청장은 또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 입국은 소문일 뿐이라며 “유족이 오면 보호해 줄 테니 DNA 샘플을 제공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또 다른 연루자 김욱일이 소속사 고려항공이 2014년 6월 이후 말레이시아 취항을 중단한 가운데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경위도 의문이다.
북한대사관은 이날 오후 대사관 앞에서 배포한 3쪽 분량의 성명에서 “손으로 피해자 얼굴에 독을 발랐다는 ‘망상’에 근거해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