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건 싫어"…딱 두 자산만 섞는 '짬짜면 펀드' 잇달아

입력 2017-02-22 18:40
수정 2017-02-23 07:10
흥국운용, 달러채권혼합40 출시
60% 美채권·40% 국내주식 투자

운용 복잡한 상품 비해 위험 적고
이해하기 쉬워 마케팅도 효과적


[ 이현진 기자 ] 복잡한 구조를 버리고 두 개의 자산에만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한쪽 자산에서 손실을 보면 다른 자산에서 이를 보전해주는 대체재 관계이거나 물가와 금리처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표를 따르는 자산으로 만들어진 펀드들이다. 운용구조가 복잡한 상품에 비해 일반적으로 투자 위험이 작은 데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워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은 조만간 ‘달러채권혼합40’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산의 약 60%는 미국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 ‘해외채권+국내주식’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공모펀드는 이 상품이 처음이다. 기존 채권혼합형 펀드가 ‘국내채권+국내주식’ ‘해외채권+해외주식’ 형태로 투자하던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안정적인 이자수익은 미국 국채 및 우량 회사채에서 확보한다. 동시에 환헤지(환위험 회피)를 하지 않고 달러로 보유해 국내 주가가 떨어질 경우를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음의 상관관계(-0.7)를 나타냈다. 변태종 흥국자산운용 상품기획팀장은 “국내 주가가 빠지더라도 환율 상승으로 얻는 달러 자산 수익이 손실을 상쇄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이달 출시한 ‘키움금리와물가연동’ 펀드 역시 단순한 자산배분 전략을 선보였다. 해외 뱅크론펀드와 물가연동채권을 함께 담아 금리 인상과 물가 인상 두 가지 변수에 모두 대응하는 구조다. 역시 국내 공모펀드 가운데 뱅크론펀드와 물가채에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이 상품이 처음이다.

안형상 키움운용 글로벌채권팀장은 “미국이 올해 두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금리 및 물가 상승기엔 뱅크론펀드와 물가채 비중을 늘리고 금리 하락 시엔 일반채권 비중을 높이는 전략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선보인 ‘챔피언글로벌상장인프라’ 펀드는 국내에 나온 글로벌 인프라펀드 가운데 유일한 채권혼합형 펀드다. 자산의 60% 이상은 단기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외 인프라 주식으로 운용한다.

이 같은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산배분 구조가 지극히 단순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자산배분펀드 혹은 혼합형펀드는 지나치게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다 보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 투자자들에게 와닿지 않아 인기도 크게 끌지 못했다. 국내외 91개 자산배분펀드 설정액은 약 1조8000억원에 그친다. 펀드당 200억원도 안 되는 규모다.

변 팀장은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누구나 다 아는 상품을 단순하게 운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운용역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적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