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전무
구글 본사 옆에 GS 자이아파트
브랜드 빌려주고 분양수익 공유
주유소 영업사원으로 시작
중동 등 현장 누비며 경험 쌓아
[ 이해성 기자 ]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미국에서도 성공시키겠습니다.”
국내 재계 서열 7위(총자산 기준)인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전무(39·사업지원실장·사진)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해외 수주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전무가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허 전무는 GS그룹의 4세 경영인이다. LG그룹 공동창업주(고 허만정)의 삼남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이 그의 조부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등과 함께 그룹의 4세 경영을 이끌고 있다.
그룹 경영에 언제쯤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엔 “회장님(허창수 회장)은 건설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이해할 수 있고, 전 직원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자리를 옮기라고 하신다”며 “아직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밑바닥부터 현장 경험 쌓아
허 전무는 지난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근처 노후 주택단지를 자이 아파트 710여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을 따냈다. 그는 이 사업을 위해 미 3대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이자 사모펀드(PEF)인 콜로니캐피털과 직접 협상을 벌였다. GS건설(지분비율 40%)은 콜로니캐피털(40%), 포트베이(20%) 등과 조인트벤처를 꾸려 이 사업을 하고 있다. 콜로니캐피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30여년 지기인 토머스 배럭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허 전무는 “이곳을 발판으로 미국 전역에 자이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허 전무는(GS칼텍스 영업사원을 거쳐) 2005년 GS건설에 대리로 입사했다. 플랜트영업팀원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미국, 캐나다 등 세계 현장을 다녔다. 국내 건설현장 경험을 위해 외주기획팀에서도 일했다. 재무팀장을 거쳐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한 뒤엔 원가혁신팀과 IR(기업설명)팀에서 일했다. 2014년에는 플랜트공사 부문을 굳이 자처해 현장으로 다시 갔다. 쿠웨이트, 카타르, 아부다비 등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했다.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누군가에게서 보고를 받았을 때 이해가 안 됩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현장을 많이 겪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주처와 친분 쌓기에 공들여”
허 전무는 국내 업체 간 인프라 수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싱가포르에 자주 간다. 그는 사업지원실장으로 재직하며 이룬 주요 성과로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14억여달러 규모 빌딩형 지하철·버스 차량기지 공사를 꼽았다. 지난해 초 수주한 것이다. 그의 주된 역할은 ‘발주처와 친분 쌓기’였다. 발주처 고위관계자들과 만나면 시시콜콜한 주제로 대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 “해외 사업권은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닙니다. 수년, 그 이상으로 공을 들여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놓으면 어느 날 갑자기 입찰 등의 정보를 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는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허 전무는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인성과 생활방식이 왜곡되고 있다”며 “치열하게 열심히 뛰어다니는 분이 대부분”이라며 아쉬워했다.
허 전무는 미 경영대학원(MBA) 유학 준비 시절 지인 소개로 만난 아내와 연애결혼을 했다. 딸 둘, 아들 하나를 둔 그는 손주 사랑이 각별한 허창수 회장 집을 자주 찾는다. 그는 “아이들이 음식 알러지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데 제대로 치료하는 병원이 국내엔 드물다”며 “기회가 되면 어린이 전문병원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