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베네수엘라, 국민 체중 평균 9㎏ 줄었다

입력 2017-02-22 18:11
'좌파 포퓰리즘'의 비극

유가 폭락에 식품유통 통제
10명 중 8명 빈곤에 시달려
굶주림에 쓰레기 뒤지기도


[ 홍윤정 기자 ]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 국민 100명 중 75명의 체중이 약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엘나시오날 등 베네수엘라 언론에 따르면 시몬볼리바르대가 65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생활조건을 조사한 결과 가구 구성원 75%는 평균 8.62㎏ 살이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에서 현재 수입으로 필요한 음식을 조달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93.3%에 달했다.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 먹지 못한다는 응답도 1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밖에 못 먹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2.5%로 지난해(11.3%)의 약 세 배에 달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빈곤인구 비율은 82%까지 치솟았다. 이 중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인구가 52%에 이른다. 부모와 번갈아 식품 배급 줄을 서야 하는 등 식량 문제로 자녀가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가구 비율도 65%로 파악됐다.

마리차 란다에타 베네수엘라 보건관측소 연구원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4년과 비교할 때 식습관의 변화가 있다”며 “예전에는 주식(主食)이 밥과 빵, 파스타였지만 지금은 감자 등과 같은 덩이뿌리와 야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후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펼쳤다. 원유 생산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베네수엘라의 다른 산업은 발달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수출의 96%를 원유에 의존하고,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 생필품은 수입해 쓰는 구조였다.

2014년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볼리바르화 가치가 폭락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700%로 폭등했다. 그동안 수입으로 조달해온 생필품은 구하기 어려워졌다.

식량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식용 가능한 동물을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 같은 극심한 식량난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에 빗댄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식량부족 현상은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도입한 생산시설 국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 그가 2004년 식품부를 신설한 뒤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해 식량생산 부족 현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유가 폭락으로 정부 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수입식품 물량이 대폭 줄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식량난을 타개하려고 지난해 군부에 식량 수입 및 공급 전권을 맡겼다. 하지만 군 고위당국자가 식량 밀거래에 직접 참여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이마저 실패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