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퍼지는 '반북 여론'

입력 2017-02-21 18:08
수정 2017-02-22 05:24
김정남 암살사건

"북한이 저지른 더러운 일…우리가 뒤처리" 부글부글

김한솔 말레이 입국 확인 안돼
말레이 정부 "사인 확답 못해"


[ 이상은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여론이 번지고 있다.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21일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이 김씨 왕조 3대 세습자의 살인범이 저지른 더럽고, 피비린내 나고, 야만적인 범죄의 뒤처리를 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도 ‘말레이시아의 주권과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설에서 북한이 비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더스타는 인도네시아 경찰이 자카르타 중심부의 북한 식당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른 매체 아시아원은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3국이 지난 20년간 북한 정찰총국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였다며 북한 공작원 네트워크가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인 비자면제 협정 등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선 사건에 연루된 두 여성이 북한에 이용당한 일반인일 뿐이라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베트남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용의자 도안티흐엉(29)의 가족은 그가 하노이의 약학 전문학교에 다닌 적 있고 돈이 별로 없었다며 “누군가에게 속은 것 같다”고 했다.

김정남 유가족의 등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부터 일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입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시신 인도를 요구한 유가족이 아직 없다고 21일 밝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 및 말레이시아 보건부 산하 국립법의학연구소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상의 흔적이 없으며 DNA 감정 결과는 아직 확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