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조기 배치 반대, 군 복무 기간 단축"…전문가 "현실성 낮다"

입력 2017-02-21 09:32
수정 2017-02-21 09:37
외교 안보 공약 평가


"개별 이슈에 몰두하지 말고 큰 그림 맞춰 공약 만들어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현실 인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우경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드 배치에 대한 공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까지 한반도는 4각 파고에 휩싸여 있다. 대선주자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일본군 위안부 재협상, 군 복무 기간 단축, 개성공단 재개 등 현안과 관련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외교·안보·통일 문제는 개별 이슈에 몰두하지 말고 보다 큰 그림에 맞춰 공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조기 배치에 부정적이다. 반면 같은 당 소속으로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한·미 동맹국 사이의 약속은 정권이 바뀐다 해도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사드 반대에서 최근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보수진영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드 배치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사드 배치 재검토 또는 철회 공약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미국이 주한미군과 남한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들의 비용으로 배치하려는데 여기에 대한 재검토·철회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드 배치 문제로 차기 정부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마찰을 빚으면 연쇄적으로 주한미국의 역할 변경이라는 문제가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도 “방어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재검토나 철회는 무리”라며 “한반도 안보 상황을 감안해 영구 배치까지는 필요 없다 하더라도 이미 협상이 이뤄진 상황에서 미군이 한반도 증원군 보호를 위해 운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재검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계속 왜곡 선전을 이어가기 때문에 파기 여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지급한 10억엔을 반납하고 재협상에 나서는 것도 충분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 교수는 “합의 파기 선언을 하면 한국의 대외 공신력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만약 파기 선언을 한다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재협상 자체에 나서지 않는 것도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 안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지금 당장 재가동은 어렵다’는 주장을, 나머지 주자는 차기 정권에서 재가동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재가동이 옳은 방향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핵·미사일 문제 등 전반적인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로드맵을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에 대한 언급 없는 재개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지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달라진 상황이 없는데 재개하겠다는 것은 정파적 발상”이라고 평했다.

대선 단골 공약인 군 복무 기간 단축은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박 교수는 “군 복무 단축의 가장 큰 전제는 안보영향 평가인데 군 복무 단축과 미래 병력 자원 감소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하지 않는 것은 근시안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