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주까지 퍼지는 온기…한국 증시에 봄은 오는가

입력 2017-02-20 18:45
롯데쇼핑·LG전자·현대차 등 외국인·기관 이달 들어 집중 매수
삼성전자·하이닉스는 차익 실현

"숲보다 나무를 보는 전략을"


[ 최만수 기자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미국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글로벌 주식시장에 봄이 도래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여전히 무겁다. 하지만 변화는 얼음 밑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행진에 소외된 종목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삼성전자만 담던 ‘패시브 장세’에서 다양한 종목을 사는 ‘액티브 장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부 종목에 머물던 온기가 상장사 전반에 넓게 퍼지면서 한국 증시에도 비로소 봄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입맛 바뀐 외국인

LG전자는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00원(0.98%) 오른 6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20.2%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가 2235억원, 연기금이 745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작년 대장주 삼성전자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마트도 올 들어 13.1% 오르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소외주의 반등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롯데쇼핑(2282억원) 삼성SDI(1433억원) 현대자동차(1158억원) 현대제철(781억원) 아모레G(566억원) 컴투스(458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작년 하반기부터 사모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918억원 및 2855억원의 순매도로 전환했다.

지난해 낙폭이 컸거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 매수한 것이 특징이다. 또 대형 정보기술(IT) 소재 등 일부 업종만 ‘편식’하던 것과 달리 유통 자동차 화장품 게임 등 다양한 종목을 담았다. 주식시장의 ‘큰손’ 연기금의 장바구니도 비슷하다. 롯데쇼핑 포스코 LG화학 (주)LG 현대건설 등을 집중 매수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국내 증시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서면서 실적과 관계없이 비중 부담이 커졌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소외된 대형주들이 오르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스권 돌파 기대 솔솔

전문가들은 시장의 ‘색깔’이 바뀐 만큼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종목이 오르는 액티브 장세가 나타나는 것은 투자심리 회복에 대단히 긍정적”이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여전히 좋기 때문에 다른 종목이 오르면 시장 전체가 장기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인덱스보다 개별 종목의 차별화 장세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숲보다 나무를 보는 전략’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상승하고 수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IT와 석유화학 등 경기민감주 내에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121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40원대로 5%가량 떨어지면서 작년 소외됐던 유통 식음료 등 내수주에 기회가 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대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이후 유통·자동차·의류업종이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마트를 최우선 매수 종목(톱픽)으로 꼽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