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정치 리스크' 초비상] 정치외풍 우려하는 기업들… 검·경·국세청 고위급 '영입 1순위'

입력 2017-02-20 18:12
"올해 대선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커져
대외정보·정무 '브레인' 외부 수혈 불가피"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도 사외이사 등 선임


[ 김익환 기자 ] 주요 상장사가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부 인사 영입에 골몰하고 있다. 대기업을 향한 박영수 특검팀의 전방위 수사와 한국 사회의 해묵은 반기업 정서, 때 이르게 시작된 대통령 선거전 등 올해 내내 지속될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외 정보력과 정무적 판단능력을 갖춘 검찰 국세청 경찰 등의 고위간부 출신이 영입 1순위다. 상법 개정 등 ‘경제민주화 바람’을 헤쳐나가기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울 전망이다.


◆누가 어디로 가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그룹 지주사인 (주)LS는 다음달 24일 정기 주총에서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그는 26년 동안 검찰에 몸담으며 대검찰청 차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에는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내고 2011년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 2013년 3월까지 재직했다.

JW생명과학은 박형철 법률사무소 담박 대표변호사를 다음달 17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의 부팀장이던 그는 당시 팀장인 윤석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 수사팀장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박 변호사는 한때 박영수 특검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화학소재 업체인 케이에스씨비는 지난 8일 임시 주총을 통해 임정혁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고검장과 대검찰청 차장, 법무연수원 원장을 거쳤고 검찰 내 대표적 ‘공안통’으로 꼽히기도 했다.

국세청 출신도 대거 포진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다음달 17일 주총에서 임창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현대에이치씨엔은 공용표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영풍정밀은 신재국 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기로 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경찰 출신을 영입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24일 김두연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을 사내이사(상무)로 임명하기로 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올해는 대선과 새정부 출범, 상법 개정 등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변수가 즐비하다”며 “앞날이 불안한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B 전문가도 ‘인기’

기업들이 부실을 털어내고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한 투자은행(IB)·구조조정 전문가의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장용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장 변호사는 기업금융 분야에서만 20년 이상 몸담았으며 신세계 롯데쇼핑 CJ 해외채권 발행과 에머슨퍼시픽의 남해힐튼 리조트 사업 등의 자문을 맡았다. 삼양식품은 강원도개발공사 사장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낸 이청룡 부사장을 이달 초 임명했다. 이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에서 LG카드(현 신한카드) 등의 구조조정 업무,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때는 공사의 부채 감축과 알펜시아리조트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바이오업체인 메디프론은 노기선 전 이베스트증권 IB사업부 상무를 사내이사로 영입한다. LF는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대리해 삼성물산과 법적 공방을 벌인 법무법인 루츠알레의 양재택 대표변호사, 미원에스씨는 김인수 전 삼정KPMG컨설팅 대표를 사외이사로 임명하기로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