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혁신] '허들링 배지' 달고 서로 의지하며 장애 극복

입력 2017-02-20 16:05
[ 안대규 기자 ] 코오롱그룹의 기업문화 혁신 의지는 임직원이 착용하는 배지에서 나타난다. 배지는 직원들이 그 해에 역점을 둬야 할 역할과 업무 방향을 상기시키고 그룹의 미래상을 자연스레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배지경영’은 감성을 중시하며 시각적 이미지에 친숙한 젊은 직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배지는 매년 경영지침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고 각기 다른 주제를 담아 일반적인 기업 배지와는 다른 독창성이 녹아 있다.

올해 코오롱그룹 임직원은 ‘허들링(Huddling & Hurdling) 2017’ 배지를 달고 다닌다. 허들링은 남극 황제펭귄들이 혹한에 몸을 맞대고 한데 뭉쳐 온기를 나누는 행동이다. 무리 바깥쪽에서 추위를 막고 있는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펭귄이 바깥쪽으로 나와 자리를 맞바꾸며 서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협력한다. 발음이 같은 허들링은 육상 선수들이 허들을 뛰어넘는 움직임이다.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모든 임직원이 황제펭귄의 허들링처럼 서로의 지혜와 힘을 나누며 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다.

이 회장은 “대부분 전문가가 국내외 경제 전망을 어둡다고 말하지만 모든 임직원이 신뢰를 바탕으로 똘똘 뭉쳐 하나됨을 실천하는 허들링으로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을 뛰어넘는 허들링에 성공하자”고 말했다.

지난해는 ‘커넥처(Connecture) 2016’ 배지를 달았다. ‘connecture’는 연결(connect)과 미래(future)를 합친 조어로 상상을 뛰어넘는 도전적인 목표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빠짐없이 살피고, 실행한다면 코오롱은 미래와 성공적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오롱 임직원은 1년 내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 배지를 단다. 외근과 출장으로 회사 바깥으로 나가도 예외는 아니다. 배지는 영업사원이나 외부 인사를 자주 만나는 직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 눈에 띄는 배지가 화제에 오르고 배지의 의미를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임직원은 편리한 배지 패용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여직원들은 단추를 대신하거나 스카프에 매치하는 등 액세서리로 활용해 패션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