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쇼핑이 그룹 주도의 부진한 해외 사업을 내려놓고 국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지난 17일 자신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173만883주(5.5%)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신동주 회장 잔여 지분은 7.95%로 줄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13.46%)과 격차가 벌어졌다.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비슷한 지분을 갖고 있던 롯데쇼핑 지분을 매각하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빨라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미 호텔롯데와 롯데제과 등 핵심 계열사 지분 과반을 확보한 신동빈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동주 회장의 지분 매각이 경영권 분쟁의 종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지배구조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부진한 해외 사업을 지주회사에 떼어 주고 국내 사업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폭이 큰 롯데쇼핑의 해외법인을 신설된 지주회사가 끌어안으면서 롯데쇼핑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이 그동안 사업 부진으로 인해 감당해야 했던 자산손상 상각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손상 상각은 롯데쇼핑이 인수한 법인들의 영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영업권을 손상처리하며 발생하는 비용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와 2015년 중국 사업 관련 손상처리금액만 5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손상처리 규모가 작아지면 과거 50%에 육박했던 롯데쇼핑의 유효법인세율도 35%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지금까지 그룹 해외 사업을 주도했던 것은 국내 사업의 안정성이 담보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사업이 악화된 현재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돌아볼 여력이 없어 지주사가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기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롯데쇼핑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국내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았던 아웃렛을 중심으로 이익 성장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규모가 큰 프미미엄 아웃렛보다 도심형 아웃렛이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존 도심형 아웃렛인 마리오아울렛, W-mall, 오렌지팩토리 등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반면 이랜드리테일, 롯데아울렛, 현대백화점아울렛 등 대형사 중심의 아웃렛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 연구원은 "지난해 롯데쇼핑 아웃렛 부문의 영업이익은 1866억원 수준으로 전사 이익의 20%를 차지했다"며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2971억원까지 늘어 롯데쇼핑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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