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지지율 1, 2위 문재인-안희정의 '친노 적통' 신경전
친문세력 주축이 된 '부산팀'
이호철·김경수·최인호 등 2002 대선 때 부산서 활동
"노무현 어려울 때 누가 지켰나"
2002 대선 베이스캠프 '금강팀'
선거 지휘하며 승리 이끈 주역…윤태영·서갑원 등 안희정 지원
"부산팀이 청와대 요직 차지 불만"
[ 홍영식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노(친노무현)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의 친구’, 안 지사는 ‘노무현의 동업자’로 표현된다.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두 사람이 민주당 경선 링에 올라 치열한 ‘친노 적통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는 30%대 초반 지지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안 지사는 달리는 말에 올라탄 기세다.
‘친노’라는 한 뿌리를 가진 두 사람이 달려온 정치의 길을 보면 뚜렷이 차이가 난다. 별다른 인연은 없다. 문 전 대표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자신의 희망대로 판사로 임용되지 못하자 부산으로 내려갔다. 사시 동기인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를 차렸고, 부산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정계에 입문했지만 문 전 대표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일을 계속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활동하는 동안 인연을 맺은 측근들은 부산팀이라 불렸다. 문 전 대표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경수·전재수·최인호 민주당 의원 등이다. 대다수가 문 전 대표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소개로 1994년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았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는 자치경영연구원과 함께 2002년 대선 베이스 캠프인 ‘금강팀’의 모태였다. 사무실이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에 있었기 때문에 금강팀으로 불렸다. 안 지사, 이 전 지사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김만수 부천시장, 백원우·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주축을 이뤘다. 상당수가 안 지사를 돕고 있다.
문 전 대표가 2002년 대선 경선이 끝난 뒤 막판 선거에 참여해 부산 지역에서 활동한 반면 금강팀은 전국 선거를 지휘했다. 대선 주역이었으나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 내내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했다. 대선자금 문제로 옥살이까지 했다.
당시 금강팀 일원이었던 한 인사는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한솥밥을 먹은 적이 없다”며 “부산팀이 선거에 큰 기여도 안 했으면서 숟가락만 들고 올라와 청와대 요직을 차지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과연 누가 옆을 지켰느냐”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일찌감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12년 대선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 문 전 대표는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안 지사는 반대했다.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안 지사는 원본 공개를 제안한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안 지사는 지난 18일 문 전 대표에 대해 “우리는 동지애로서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했으나 양측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일자리정책, 군 복무 단축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서로 “상승세를 탔다”며 경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