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지원 등에서 철수하고, 사업도 접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 결국 수감됐다. 유감스런 사태의 전개다. 한국서는 더 이상 기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한국 사회의 자해적 결심처럼 보인다. 혐의는 430억원대 뇌물공여, 횡령,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청문회 위증 등 총 5가지다. 한 달 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중앙지법은 특검의 두 번째 영장청구에 ‘추가범죄와 추가증거를 볼 때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상 최장의 피의자 심문을 포함해 19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영장발부를 결정했다. 특검은 법원이 어떤 혐의를 인정했는지에 대해 함구 중이다. 피의 사실 관련 내용이라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얼버무린다, 평가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장내용이 1차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힘든 결론이다. 법조계에서도 기각 예상이 일반적이었다. 법원이 정치적 압력에 무너진 상황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한 것이 불과 25일 전 일이다. 당시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가지 않았다는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특검의 보강수사가 있었다지만 그만그만한 혐의가 늘었을 뿐 새롭다고 할 만한 사실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순환출자 해소과정의 특혜,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추진 로비, 명마 구입 지원 등의 혐의가 추가됐지만 삼성의 반론은 충분했다. 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는 어불성설이다. 한국거래소조차 ‘미국 나스닥으로 가려는 것을 우리가 붙잡아 주저앉혔다’고 말할 정도다. 중간금융지주도 금융당국이 기업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매년 우선 추진과제로 선정할 정도로 공감이 큰 제도다. 특검은 또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차 처분한 삼성물산 주식수가 당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데에 청와대의 지원이 있었다고 봤다. 이 역시 주식처분이 필요없다는 법무법인의 자문까지 있었던 데다, 삼성이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진행한 일이다. 명마 구입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특검 주장에 대한 입증도 제자리다. 법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을 처음 듣는다고 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구속영장은 개연성만으로도 가능하다.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사실확인을 전제로 하는 재판과는 다르다. 그렇더라도 구속은 최소화돼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고 중 △주거 불확실 △증거인멸 우려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로 구속사유를 적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삼성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전 세계 임직원이 50만명이고 연매출이 3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다. ‘비리 기업’이라는 낙인은 그간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국제 투기자본들로부터의 소송 우려도 커진다. 주요 국가 국제기구의 조달시장 참여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한국 사회의 법적 안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비슷한 사안을 판사마다 다르게 판결하는 것은 큰 리스크다. 그래서 특검이 수사내용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런 행태는 대통령을 뇌물죄로 치기 위해 기업을 엮는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공익적 관점에서 정부나 각종 사회단체의 요청에 적극 호응해왔다. 평창올림픽조차 이건희 회장이 열심히 뛰어서 따낸 것이다. 차라리 스포츠 운영 등 일체의 공익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제 한국의 대기업 사주들은 누구라도 한국 사업의 철수를 생각해 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