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삼성전자 주가가 17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사진)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악재로 부각됐다.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것은 창업 79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굳건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1시 32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만4000원(1.26%) 하락한 187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구속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보강 수사 끝에 결국 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 일가에 430억원대 특혜 지원을 한 혐의(횡령·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시장이 반응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재소환 소식 이후 1%대의 하락세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틀만에 0.37~0.7%의 소폭 오름세를 보이며 오너리스크의 여파를 줄여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면서 낙폭을 키웠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은 정재계 안팎에서 제기돼왔다"면서 "다만 가능성이 현실화된 데 따른 충격이 적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많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부사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삼성전자 펀더멘털이 악재를 감내할 수 있을 만큼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주가 파장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과거에도 그룹 핵심 계열사의 업황이 구조적 성장세를 보인 경우 CEO 리스크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2012년 SK 최태원 회장, 2013년 CJ 이재현 회장의 사례에서 대법원 판결과 주가의 영향이 무관했던 것은 기업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서다. 1분기까지는 반도체 부문의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부터는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며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에는 반도체 시장의 업황과 2분기 출시되는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성공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분기에 나오는 갤럭시S8은 출시만으로도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노트7과 같은 결함이 없다면 판매량 실적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