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성장(成長)의 경험적 원칙들

입력 2017-02-16 17:55
성장은 기업문제 치유의 요술방망이
본업은 다시 보고, 인접분야 사업 발굴
빨간불 켜진 경제난국 타개 선봉에 서길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객원논설위원 >


국내외의 급박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정치, 군사,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점증되는 보호무역주의와 원화절상 가능성으로 향후 수출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의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경영진을 고민하게 만든다. 성장에는 특별한 묘약이 없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경험적 원칙은 존재한다.

우선, 기업들이 성장을 추구할 때 빠지기 쉬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영진은 기존 사업이 정체되면 태양광사업처럼 소위 ‘뜨는 사업’ 분야로의 진출에 유혹을 느낀다. 이런 분야로 진출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영진은 ‘뜨거운 시장에서의 차가운 현실’의 교훈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나이키, 도요타 같은 기업들은 첨단산업이 아니라 신발, 자동차 같은 저성장산업에서 성장을 이뤄 왔다. 성장은 뜨는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둘째, 경영진은 기업의 본업이 성숙산업일지라도 과연 성장 기회가 소진됐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본업이 아니라 다른 사업으로 다각화함으로써 성공한 경우는 20%도 되지 않는다. 산업 전체적으로는 성장률이 아주 낮아도 잘 살펴보면 성장 기회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담배산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양산업이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흡연자의 성향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이들의 성향이 다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았다. 흡연자 중에서도 담배를 피울 때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고 또 담배를 피우고 싶지만 담배 독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필립모리스는 이들 세분시장의 공략을 통한 성장을 위해 일반 말보로 담배보다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줄인 ‘말보로 라이트’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셋째, 아무리 꼼꼼히 분석해 봐도 자신의 본업에서 더 이상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지 못할 때는 ‘인접분야’로의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때 경영진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인접분야를 자신의 ‘사업분야’와의 연관성만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제조업의 인접분야를 자동차 부품업, 정비, 유통업 등으로 한정 짓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을 추구할 때 고려해야 하는 인접의 의미는 이보다 넓으며 고객, 역량, 지역, 유통채널 등 다른 여러 측면에서의 인접성을 살펴야 한다.

필립모리스는 말보로 라이트의 성공 이후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을 때 인접분야를 찾는 데 주력했다. 이때 활용한 것은 말보로 라이트의 성공 공식이었다. 즉 건강을 중요시하는 세분시장이 있지만 그것을 발굴하지 못한 산업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맥주산업에서 이런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흔히 맥주는 약한 술로 알려져 있지만 맥주의 알코올 농도인 4도에도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던 밀러맥주를 인수했고. 인수 후 출시한 첫 제품이 그 유명한 ‘밀러라이트’ 맥주였다.

기업 경영에서 성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성장은 임직원에게 승진 기회를 넓혀줘서 우수한 인재가 계속 해당 기업에 근무할 유인을 제공한다.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나눌 수 있는 ‘파이’ 그 자체를 키워줘 상생의 가능성도 높여준다. 성장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잠재적 문제점을 치유해주는 요술 방망이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이뤄 내년 이맘때쯤엔 임직원들이 두둑한 보너스를 받아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