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요양서비스' 확산되면 건강보험 부담 줄어들 것"

입력 2017-02-16 17:35
미국 홈헬스케어서비스 1위 업체 바야다헬스케어 마크 바야다 회장

매출 15억달러, 15만명에 서비스
"노인 환자들, 치료효과 높이려면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는게 유리"


[ 조미현 기자 ] “가족이 없었다면 할머니를 누가 돌봤을까.”

마크 바야다 바야다헬스케어 회장(70·사진)은 20대 청년 시절에 몸이 불편했던 할머니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여섯 형제의 대가족이었던 그의 집에는 아픈 할머니를 간호할 사람이 많았다. 가족의 보호 덕분에 할머니는 금세 기운을 차렸다. 창업을 고민하던 그는 할머니를 돌보다가 가족이 없는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가 사회에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에 쥐고 있던 1만6000달러(약 1800만원)로 홈헬스케어 전문회사를 차렸다.

바야다 회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홈헬스케어는 간호사 영양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가정을 방문해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 서비스”라며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홈헬스케어산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야다 회장은 고려대 노인건강연구소와 바야다코리아가 17일 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회 KU-바야다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바야다헬스케어는 미국 1위 홈헬스케어 서비스 회사다. 1975년 미국 뉴저지에 설립된 이 회사 매출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2015년 기준)를 웃돈다. 의료 및 간호, 요양, 간병 등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만 2만8000여명에 달한다. 연간 15만명의 미국 내 노인과 환자가 바야다헬스케어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한국에는 인도 독일에 이어 지난해 법인이 설립됐다.

핵가족화가 된 한국에서는 며느리 등 가족 한두 사람에게 부모 요양 부담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요양 문제가 가정 내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노인이나 환자가 가정보다는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지낸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돌봐줄 사람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바야다 회장은 “상당수 노인이나 환자들은 가정에서 간호를 받고 싶어한다”며 “익숙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 치유 효과도 높다”고 설명했다.

홈헬스케어가 확산되면 급증하는 보험 재정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바야다 회장의 지적이다. 미국홈케어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선 홈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 해 동안 250억달러(2008년 기준)의 보험 재정이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홈헬스케어를 받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병원 방문율도 25%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 보호사뿐 아니라 심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관련 고급 일자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바야다 회장은 “한국은 공적 보험 시스템이 우수한 나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홈헬스케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야다 회장은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향후 3년 동안 회사 지분의 80%를 비영리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바야다헬스케어가 100년 이상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익만을 좇기보다는 환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남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